2025년의 영광, KBO를 호령했던 두 명장
불과 1년 전, 2025년 KBO 리그의 대미는 두 팀의 화려한 격돌로 장식되었습니다. 바로 LG 트윈스와 한화 이글스였습니다. 염경엽 감독이 이끄는 LG 트윈스는 막강한 전력을 과시하며 정규 리그 우승에 이어 한국시리즈 트로피까지 들어 올렸습니다. 2년 만에 달성한 통합우승이라는 위업은 LG 왕조의 서막을 알리는 듯했습니다.
반대편에는 기적의 드라마를 쓴 김경문 감독의 한화 이글스가 있었습니다. 만년 하위권이라는 꼬리표를 떼어내고, 폰세와 와이스라는 강력한 원투펀치를 앞세워 무려 19년 만에 한국시리즈 무대를 밟는 감격을 누렸습니다. 33승을 합작한 두 외국인 투수의 활약은 한화 팬들에게 잊을 수 없는 가을을 선물했습니다. KBO 리그의 정상에서 만난 두 지략가, 염경엽과 김경문 감독의 대결은 2025 시즌의 가장 빛나는 하이라이트였습니다.
2026년의 기대와 현실: 엇갈린 운명
그리고 2026년, 새로운 시즌의 막이 올랐을 때 두 팀을 향한 기대감은 최고조에 달했습니다. LG는 2015-2016년 두산 베어스 이후 10년 만에 한국시리즈 2연패라는 대업에 도전했습니다. 한화 역시 FA 시장에서 강타자 강백호를 영입하며 전력을 보강, 다시 한번 대권에 도전하겠다는 야심을 숨기지 않았습니다.
시즌 전반기만 해도 그들의 목표는 순조롭게 진행되는 듯 보였습니다. LG는 강력한 우승 후보답게 삼성과 사실상 공동 선두로 전반기를 마쳤고, 한화 역시 5할 승률을 유지하며 상위권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습니다. 하지만 운명의 장난이었을까요? 후반기 들어 두 팀은 약속이나 한 듯 끝없는 추락을 거듭하며 전혀 다른 팀이 되어버렸습니다. 2026년 9월, 늦여름의 순위표는 두 팀의 처참한 현실을 여실히 보여줍니다.
프로야구 중간순위 (9월 21일 기준)

- 1위: kt (63승 41패 3무, 승률 0.606)
- 2위: 삼성 (63승 44패 2무, 승률 0.589)
- 3위: KIA (60승 48패 2무, 승률 0.556)
- 4위: LG (60승 50패 1무, 승률 0.545)
- 5위: 두산 (57승 50패 4무, 승률 0.533)
- 6위: NC (48승 54패 2무, 승률 0.471)
- 7위: 롯데 (50승 57패 2무, 승률 0.4673)
- 8위: 한화 (49승 56패 3무, 승률 0.4666)
- 9위: SSG (45승 63패 5무, 승률 0.417)
- 10위: 키움 (40승 72패 2무, 승률 0.357)
전반기 선두권이었던 LG는 4위까지 추락했고, 5위 두산에게 1.5경기 차로 쫓기는 신세가 되었습니다. 상위권을 넘보던 한화는 8위까지 미끄러지며 가을야구의 꿈이 희미해지고 있습니다.
마운드 붕괴, LG 트윈스의 추락
LG의 추락은 예기치 못한 마운드 붕괴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시즌 초반 철벽 마무리로 뒷문을 책임졌던 유영찬의 팔꿈치 부상과 수술은 나비효과가 되어 팀 전체를 뒤흔들었습니다. 염경엽 감독은 고육지책으로 10승 선발 투수 손주영을 마무리로 돌리고, 불펜의 핵이었던 장현식을 선발 로테이션에 합류시키는 등 마운드를 재편해야 했습니다.
설상가상으로 선발진의 한 축이었던 요니 치리노스를 방출하고 불펜 요원 약셀 리오스를 영입하는 과정에서 마운드의 짜임새는 완전히 무너졌습니다. 하나의 균열이 댐 전체를 무너뜨리듯, 유영찬의 이탈은 LG 마운드 운영을 송두리째 꼬이게 만든 결정타였습니다. 4위 자리마저 위태로운 상황, 이제는 6위 NC(8경기 차)와 7위 롯데의 추격까지 걱정해야 하는 처지가 되었습니다. 최근의 팀 분위기를 고려하면 5강 수성조차 장담하기 어려운 위기입니다.
악재의 연속, 한화 이글스의 고난
한화의 사정도 LG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지난해 11승을 거두며 토종 에이스로 발돋움했던 문동주의 어깨 수술과 시즌 아웃은 청천벽력과 같은 소식이었습니다. 여기에 FA로 영입해 마운드의 중심을 잡아주길 기대했던 엄상백마저 팔꿈치 부상으로 시즌을 조기에 마감하면서 한화 마운드는 그야말로 초토화되었습니다.
투수진의 줄부상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습니다. 2025년 33세이브를 올리며 팀의 한국시리즈 진출에 혁혁한 공을 세웠던 마무리 김서현은 올 시즌 내내 제구 난조에 시달리며 1군보다 2군에서 보내는 시간이 더 많았습니다. 핵심 선발 두 명과 마무리 투수가 동시에 전력에서 이탈한 상황에서 팀 성적을 기대하는 것은 사치에 가까웠습니다. 결국 한화는 8위까지 추락하며 6위 NC, 7위 롯데와 하위권에서 순위 싸움을 벌이는 신세가 되었습니다. 팀 분위기상 반등의 실마리를 찾기 어려워 보인다는 것이 더욱 뼈아픈 현실입니다.
동병상련: 고려대 선후배, 두 감독의 힘겨운 늦여름
공교롭게도 후반기 들어 끝없는 부진의 늪에 빠진 두 팀의 사령탑, 염경엽 감독과 김경문 감독은 대학 선후배 사이입니다. 염 감독이 고려대학교 87학번, 김 감독이 같은 학교 78학번으로 9년의 터울을 둔 선후배 관계입니다. 1년 전, 리그 정상에서 한국시리즈 우승 트로피를 놓고 치열한 지략 대결을 펼쳤던 두 사람이 이제는 나란히 순위표 아래에서 힘겨운 사투를 벌이고 있습니다.
정상에서 자웅을 겨뤘던 영광의 순간은 어느덧 아련한 추억이 되었습니다. 이제 그들에게 남은 것은 어떻게든 팀의 추락을 막고 시즌을 마무리해야 한다는 무거운 책임감뿐입니다. 1년이라는 시간 동안 천국과 지옥을 오간 두 명장의 모습은 프로 세계의 냉혹함을 다시금 깨닫게 합니다. 그야말로 1년 전 한국시리즈에서 만났던 염경엽과 김경문의 동병상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