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의 희망과 숙제, 파이어볼러 이의리
KIA 타이거즈의 좌완 파이어볼러 이의리(24)는 KBO리그에서 손꼽히는 강력한 구위를 가진 투수입니다. 최고 158km/h에 이르는 그의 강속구는 타자들에게 공포의 대상이며, 팀의 미래를 짊어질 에이스 재목으로 큰 기대를 받아왔습니다. 하지만 데뷔 시즌인 2021년부터 지금까지, 그의 이름 뒤에는 늘 ‘제구 불안’이라는 달갑지 않은 꼬리표가 따라다녔습니다. 뛰어난 재능에도 불구하고, 스스로를 위기에 빠뜨리는 제구력은 그의 발목을 잡는 가장 큰 아킬레스건이었습니다. 2024 시즌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토미 존 서저리)을 받고 돌아온 2026 시즌, 그는 마무리 투수로 변신하며 화려한 부활을 알리는 듯했습니다. 하지만 그 기쁨도 잠시, 8월 하순부터 다시 제구 난조에 시달리며 팬들의 우려를 낳고 있습니다. 과연 6월 초에 떠났던 3주간의 일본 단기 유학은 근본적인 해결책이었을까요, 아니면 그저 잠시의 ‘착시현상’에 불과했던 것일까요?
데뷔부터 이어진 끈질긴 숙제, ‘제구 불안’
이의리의 제구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데뷔 첫해부터 그는 강력한 구위로 타자를 압도하면서도, 한순간에 볼넷을 남발하며 무너지는 패턴을 반복해왔습니다. 팬들은 그의 압도적인 공에 환호하면서도,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 같은 제구에 가슴을 졸여야 했습니다. 특히 2024 시즌 도중 받은 팔꿈치 수술은 그에게 큰 시련이었습니다. 많은 이들이 재활을 통해 더 안정적인 투수로 거듭나기를 기대했지만, 현실은 달랐습니다. 복귀 후 그의 제구력은 나아지기는커녕 오히려 더 나빠졌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https://blog.naver.com/hardstuff/224399745551 지난해 후반기와 올해 초, 그는 거의 1이닝당 1개의 볼넷을 허용하는 최악의 제구력을 보였습니다. 이는 그의 강력한 구위가 제구력 없이는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는 냉혹한 현실을 증명하는 수치였습니다. KIA 벤치의 고민은 깊어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절박함이 낳은 선택, 일본 유학과 마무리 변신
결국 KIA는 고육지책을 꺼내 들었습니다. 2026년 6월 초, 이의리를 일본으로 3주간 단기 유학을 보낸 것입니다. 기술적인 부분은 물론, 심리적인 돌파구를 찾기 위한 절박한 선택이었습니다. 이범호 감독은 돌아온 이의리를 곧바로 선발 로테이션에 합류시키는 대신, 불펜에서 1이닝을 전력으로 투구하게 하며 그의 상태를 점검했습니다. 결과는 기대 이상으로 괜찮았습니다. https://blog.naver.com/hardstuff/224398897399 공교롭게도 이 시기에 기존의 마무리 투수였던 성영탁이 심각한 부진에 빠지면서 KIA의 뒷문은 불안에 휩싸였습니다. 이 절묘한 타이밍에 이의리에게 새로운 기회가 찾아왔습니다.
마무리 투수로 보직을 변경한 이의리는 시즌 초반의 부진이 거짓말이었던 것처럼 완벽하게 변신했습니다. 그는 최고 158km/h의 묵직한 직구를 스트라이크 존에 자신 있게 꽂아 넣으며 상대 타선을 압도했습니다. 몇 차례의 세이브를 깔끔하게 성공시키자, 그에게는 “마무리가 천직”이라는 극찬이 쏟아졌습니다. https://blog.naver.com/hardstuff/224398052808 마침내 이의리가 자신의 재능을 만개시킬 자리를 찾았다는 긍정적인 전망이 지배적이었습니다.
희망 속에 숨겨진 함정, ‘이중 키킹’의 명과 암
일본 유학이 가져온 가장 큰 변화는 바로 ‘이중 키킹(Double Kicking)’이라는 새로운 투구폼의 습득이었습니다. 이는 주자가 없을 때 사용하는 독특한 동작으로, 이의리의 제구력을 일시적으로 안정시키는 데 큰 역할을 했습니다.
이중 키킹의 효과
이 동작은 오른 다리를 한 번 들었다가 잠시 멈칫한 뒤, 이전보다 조금 더 높게 다리를 들어 올린 후 공을 던지는 방식입니다. https://blog.naver.com/hardstuff/224399203287 이처럼 한 번의 멈춤 동작을 통해 투구 밸런스를 잡고, 공을 던지는 릴리스 포인트를 일정하게 가져가는 데 도움을 받는 것으로 분석됩니다. 실제로 이 폼으로 던질 때 그의 스트라이크 비율은 눈에 띄게 향상되었습니다. 주자가 없는 상황에서 그는 완전히 다른 투수가 된 것처럼 보였습니다.
치명적인 약점

하지만 이 새로운 무기에는 치명적인 약점이 존재했습니다. 바로 주자가 있을 때는 이 폼을 전혀 사용할 수 없다는 점입니다. 이중 키킹은 예비 동작이 길고 복잡해 주자에게 손쉬운 도루 타이밍을 제공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주자가 1루라도 출루하는 순간, 이의리는 이중 키킹을 포기하고 기존의 빠른 슬라이드 스텝으로 돌아가야만 합니다. 바로 여기서 그의 제구력이 급격하게 흔들리는 문제가 발생합니다. 이중 키킹을 할 때와 하지 않을 때의 투구 내용 편차가 너무나도 크다는 것, 이것이 바로 이의리가 다시 흔들리기 시작한 근본적인 원인입니다. https://blog.naver.com/hardstuff/224399233331
냉정한 평가: 3주 만의 기적은 없었다
8월 하순 이후 이의리의 부진은 ‘이중 키킹’의 한계를 명확히 보여줍니다. 마무리 투수는 주자가 있는 위기 상황에 등판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주자가 있는 상황에서 이중 키킹을 쓸 수 없게 되자, 결국 그의 제구 불안 문제는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를 수밖에 없었습니다. 스트레이트 볼넷이 쏟아지고, 스스로 위기를 자초하는 과거의 패턴이 안타깝게도 반복되고 있습니다.
냉정하게 평가하자면, 3주라는 짧은 단기 유학만으로 6년간 그를 괴롭혔던 제구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되었다고 믿는 것 자체가 난센스일 수 있습니다. 이는 마치 천하의 일타강사라도 단 3주 만에 수험생을 서울대학교에 보낼 수는 없다는 비유와 같습니다. 만약 3주 만에 문제가 해결될 수 있었다면, 입단 후 수년간 그의 제구 향상을 위해 온갖 노력을 기울였던 국내 지도자들의 시간과 노력은 허수아비의 그것이었단 말이 됩니다. 결국 이의리의 제구 향상은 ‘주자가 없을 때’라는 특정 조건에서만 유효한 ‘착시현상’이었을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결론: 끝나지 않은 과제, 진정한 해결책을 향하여
이의리는 여전히 KBO리그에서 가장 매력적인 재능을 가진 투수 중 한 명입니다. 그의 어깨에 KIA 타이거즈의 미래가 걸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하지만 ‘제구’라는 거대한 산을 넘지 못한다면, 그의 엄청난 잠재력은 결코 만개할 수 없을 것입니다. 일본 유학은 그에게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었지만, 동시에 그의 한계와 앞으로의 과제를 더욱 명확하게 드러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제 이의리와 KIA 구단은 이중 키킹이라는 임시방편을 넘어, 주자가 있을 때나 없을 때나 꾸준히 자신의 공을 던질 수 있는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아야 하는 더 큰 숙제를 안게 되었습니다. 그의 끝나지 않은 성장이 KIA의 미래를 좌우할 가장 중요한 열쇠가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