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부처에서 흔들리는 KIA, 이범호 감독의 투수 교체 타이밍
모든 야구 감독은 말합니다. 가장 어려운 것 중 하나가 바로 ‘투수 교체’라고. 과정이 아무리 훌륭했더라도 결과가 나쁘면 그 투수 교체는 실패로 규정되기 때문입니다. 팬들의 비판과 언론의 질타를 한 몸에 받는 고독한 자리, 바로 감독입니다. 2026 시즌, 젊은 사령탑으로 KIA 타이거즈를 성공적으로 이끌며 3위 싸움에 전력투구하고 있는 이범호 감독. 그의 차분하고 계산적인 경기 운영은 많은 칭찬을 받았지만, 시즌 막판 가장 중요한 승부처에서 드러난 이범호 투수 교체의 아쉬움은 짙은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습니다.
최근 두 번의 뼈아픈 역전패는 이범호 감독의 투수 교체 타이밍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기에 충분했습니다. 중요한 순간, 왜 같은 실수가 반복되었을까요? 가을야구를 앞둔 KIA에게 이 문제는 반드시 풀어야 할 숙제로 남았습니다.
5점 차 리드를 지키지 못한 키움전의 참사
사건은 8월 23일 고척 키움 히어로즈전에서 발생했습니다. 당시 KIA는 7-2, 5점이라는 넉넉한 점수 차로 앞선 채 9회 말 수비에 들어갔습니다. 포스트시즌 순위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무난한 승리가 예상되는 순간이었습니다. 이범호 감독은 마무리 투수 이의리를 아끼기 위해 투수 이태영을 마운드에 올렸습니다.
너무 늦어버린 마무리 투입
이미 주자가 꽉 찬 상황, 그것도 턱밑까지 추격당한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등판한 이의리는 심리적으로 크게 위축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는 자신의 장기인 다양한 변화구 대신, 제구가 되지 않는 직구만 고집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상대 키움 타자들은 이 점을 놓치지 않고 오직 직구 하나만을 노리고 타석에 들어섰습니다. 결과는 참혹했습니다. 이의리는 2사 만루에서 통한의 역전 만루홈런을 허용하며 0.1이닝 3실점으로 패전 투수가 되고 말았습니다.
경기 후 많은 전문가와 팬들은 아쉬움을 토로했습니다. 9회 시작과 동시에, 설령 5점 차의 여유가 있었더라도 마무리 이의리를 투입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것입니다. 결과론적인 이야기일 수 있지만, 가장 확실한 카드를 가장 확실한 상황에서 먼저 사용하는 것이 정석적인 운영이었을지도 모릅니다. 이범호 감독 역시 경기 후 인터뷰에서 “투수 교체 타이밍이 적절하지 못했다”고 스스로의 실책을 인정하며 씁쓸하게 패배를 곱씹어야 했습니다.
2볼 카운트에서의 모험수, NC전의 뼈아픈 끝내기 패배
키움전의 악몽이 채 가시기도 전인 9월 2일, KIA는 창원 NC 다이노스와의 경기에서 또다시 투수 교체 문제로 무너졌습니다. 올 시즌 유독 NC에게 2승 8패로 약한 모습을 보였던 KIA는 이날 팽팽한 투수전을 펼치며 승리를 노렸습니다. 그리고 운명의 9회 말이 찾아왔습니다.
이범호 감독은 키움전의 실수를 의식한 듯, 이번에는 동점 상황에서 이닝 시작과 함께 마무리 이의리를 마운드에 올렸습니다. 하지만 이의리는 선두 타자에게 안타를 맞으며 불안하게 출발했습니다. 특히 이의리의 투구폼인 ‘이중 키킹’이 문제가 되었습니다. 이순철 해설위원의 지적처럼, 이중 키킹은 주자가 없을 때는 위력적이지만, 주자가 누상에 있을 때는 도루의 위험 때문에 사용하기 어렵습니다. 주자가 나가자 투구폼에 제약을 받게 된 이의리는 급격히 제구에 어려움을 겪었고, 결국 2사 만루의 위기를 자초했습니다.
이해하기 어려운 교체 타이밍

위기는 정점으로 치달았습니다. 이의리는 NC 타자 김형준을 상대로 볼 2개를 연달아 던지며 볼카운트 2-0(투 볼)에 몰렸습니다. 바로 그 순간, 이범호 감독은 다시 한번 교체 카드를 꺼내 들었습니다. 마운드에 오른 투수는 1군 2년 차의 젊은 투수 성영탁이었습니다.
9회 말 2사 만루, 그것도 타자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한 볼카운트 2-0에서 경험이 적은 젊은 투수를 투입하는 것은 모험을 넘어 도박에 가까운 선택이었습니다. 투수가 교체되어 마운드에 올라도 볼카운트는 그대로 승계됩니다. 성영탁은 엄청난 압박감 속에서 첫 공을 볼로 던지며 순식간에 3-0 카운트에 몰렸습니다. 이후 스트라이크를 하나 잡았지만, 결국 5구째 공이 스트라이크 존을 벗어나며 허무한 밀어내기 볼넷을 허용했고, 경기는 그대로 끝이 났습니다.
차라리 이의리가 만루를 만들었을 때, 새로운 타자가 타석에 들어서는 시점에 성영탁을 올렸다면 어땠을까요? 최소한 0-0의 동등한 카운트에서 승부를 펼칠 기회는 있었을 것입니다. 투 볼이라는 극한의 불리한 상황에서 교체를 단행한 이범호 감독의 선택은 결국 최악의 결과로 돌아오고 말았습니다.
차분한 리더십, 그러나 가을야구를 향한 마지막 과제
이범호 감독은 초보 사령탑답지 않게 차분하고 침착한 경기 운영으로 팀을 안정적으로 이끌고 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서두르거나 감정적으로 대처하지 않고, 자신만의 계산과 데이터에 따라 팀을 운영하는 모습은 분명 그의 장점입니다. 하지만 야구, 특히 단기전에서는 때로는 과감한 결단과 승부사적 기질이 필요합니다.
시즌 막판 가장 중요한 두 경기에서 연이어 투수 교체 타이밍 문제로 패배를 자초한 것은 가을야구를 앞둔 KIA에게 큰 불안요소입니다. 포스트시즌은 정규시즌보다 훨씬 더 큰 압박감 속에서 치러지며, 단 한 번의 투수 교체 실패가 시리즈 전체의 향방을 가를 수 있습니다. 이범호 감독이 자신의 장점인 ‘차분함’을 유지하면서도, 승부처에서는 더욱 냉철하고 과감한 결단을 내리는 ‘결단력’을 보여줄 필요가 있습니다. 그의 투수 교체 타이밍이 KIA의 가을야구 성적을 좌우할 가장 큰 변수가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