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 명장의 극찬, 새로운 에이스의 탄생
KT 위즈의 명장 이강철 감독은 선수를 보는 ‘매의 눈’으로 정평이 나 있습니다. 지난 2025시즌 개막 전, 그가 한화 이글스의 새 외국인 투수 코디 폰세를 향해 보낸 찬사는 KBO 리그 전체의 주목을 받기에 충분했습니다. “어제(3월 16일) 투구를 봤는데 진짜 좋더라. 폼도 너무 예뻤다. 일본에서도 충분히 다시 잡을 만한 투수로 보인다”라며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했습니다. 이 감독의 예언은 정확했습니다. 폰세는 2025년 KBO 리그를 그야말로 지배했습니다. 29경기에 등판해 180.2이닝 동안 17승 1패, 평균자책점 1.89, 탈삼진 252개라는 경이로운 성적을 남기며 ‘푸른 눈의 선동열’이라는 별명을 얻었습니다. 당연하게도 메이저리그는 이런 특급 투수를 가만두지 않았고, 폰세는 시즌 종료 후 미네소타 트윈스와 3년 계약을 맺고 미국으로 떠났습니다. KBO를 평정한 코디 폰세의 사례는 S급 외국인 투수 한 명이 리그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시입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강철 감독이 그런 폰세보다 더 위력적이라고 평가한 투수가 나타났습니다. 2026시즌 후반기, SSG 랜더스의 유니폼을 입은 페드로 아빌라(29)가 바로 그 주인공입니다. 아빌라는 SSG 합류 후 KBO 리그를 폭격하며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고 있습니다.
SSG의 구세주, 페드로 아빌라의 압도적 퍼포먼스
2026시즌 내내 하위권을 맴돌며 어려움을 겪던 SSG 랜더스에 한 줄기 빛이 내렸습니다. 바로 대체 외국인 선수로 합류한 페드로 아빌라의 존재입니다. 그는 합류하자마자 마운드의 중심을 굳건히 잡아주며 팀의 분위기를 완전히 바꿔놓았습니다. 아빌라는 현재까지 9경기에 등판해 5승 1패, 평균자책점 1.40이라는 압도적인 성적을 기록하며 왜 이강철 감독이 그를 높이 평가했는지를 실력으로 입증하고 있습니다.
그의 투구 내용은 더욱 경이롭습니다. 포심 패스트볼 평균 구속은 152.8㎞에 달하며, 투심 패스트볼 역시 평균 151.8㎞를 기록하는 등 강력한 구위를 자랑합니다. 여기에 평균 147.1㎞의 위력적인 커터를 20%가 넘는 비율로 구사하며 타자들을 현혹합니다. 커브와 체인지업 등 다양한 변화구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능력까지 갖춰 KBO 리그 타자들에게는 공포의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아빌라의 활약 덕분에 한때 키움 히어로즈와 탈꼴찌 경쟁을 벌이던 SSG는 완전히 다른 팀으로 변모했습니다. 비록 포스트시즌 진출은 어려워 보이지만, 6위 NC 다이노스를 5경기 차로 추격하며 시즌 막판까지 팬들에게 희망과 재미를 선사하고 있습니다. 이는 에이스 한 명의 존재가 팀 전체에 얼마나 큰 동기부여가 되는지를 명확히 보여줍니다.
롤러코스터 같았던 SSG의 두 시즌, 열쇠는 ‘외국인 선수’

불과 1년 전인 2025시즌, SSG는 KBO 리그의 ‘돌풍의 팀’이었습니다. 시즌 개막 전까지만 해도 가을야구 후보로 꼽히지 않았지만, 드류 앤더슨(12승 7패 2.25)과 미치 화이트(11승 4패 2.87)로 구성된 막강 원투펀치를 앞세워 탄탄한 선발 야구를 펼쳤습니다. 여기에 조병현, 노경은, 이로운 등 강력한 불펜진이 힘을 보태며 정규리그 3위로 준플레이오프에 직행하는 기염을 토했습니다. 당시 팬들은 이를 ‘스타벅스 돌풍’이라 불렀습니다.
하지만 영광은 길지 않았습니다. 2026시즌 SSG가 몰락한 가장 큰 원인은 바로 외국인 선수 농사의 실패였습니다. 2025년의 돌풍을 이끌었던 앤더슨이 메이저리그로 떠났고, 믿었던 화이트는 부상으로 1승 1패, 평균자책점 4.11만을 남긴 채 팀을 떠났습니다. 대체 선수로 영입한 앤서니 베니지아노는 2승 5패, 평균자책점 6.10이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남기고 방출되는 등 악재가 겹쳤습니다. 4년 차 외야수 길레르모 에레디아마저 부상으로 96경기 출전에 그치며 공격의 활로를 뚫어주지 못했습니다. 내년이면 36세가 되는 나이를 고려하면 그의 교체도 유력해 보입니다.
결국 SSG의 2027시즌 구상은 아빌라 유임, 에레디아와 토마스 해치 방출로 가닥이 잡히고 있습니다. 이처럼 한 시즌 만에 천당과 지옥을 오간 SSG의 사례는 KBO 리그에서 외국인 선수의 성공 여부가 팀 성적에 얼마나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는지 극명하게 보여줍니다.
KBO 우승 공식: 특급 외국인 선수는 선택이 아닌 필수
1998년 외국인 선수 제도가 도입된 이래, ‘외국인 선수 농사가 한 해 농사를 좌우한다’는 말은 KBO 리그의 변치 않는 격언이 되었습니다. 최근 5년간의 우승팀과 상위권 팀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이 말은 더욱 명확한 진리가 됩니다.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린 팀 중 외국인 선수 덕을 보지 않은 팀은 단 한 팀도 없었습니다.
- 2020년 우승팀 NC 다이노스: 19승을 거둔 절대적 에이스 드류 루친스키가 있었습니다.
- 2021년 우승팀 KT 위즈: 13승을 올린 오드리사머 데스파이네가 마운드를 든든히 지켰습니다.
- 2022년 우승팀 SSG 랜더스: 13승 투수 윌머 폰트(원문은 파머)가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에 기여했습니다.
- 2023년 우승팀 LG 트윈스: 다년간 활약한 장수 외국인 투수 케이시 켈리가 있었습니다.
- 2024년 우승팀 KIA 타이거즈: 평균자책점 1위를 기록한 제임스 네일이 리그를 지배했습니다.
- 2025년 우승팀 LG 트윈스: 한국시리즈 1, 4차전 승리투수가 된 카일 톨허스트의 활약이 결정적이었습니다. (역대 우승팀과 외국인 에이스)
이처럼 강력한 외국인 에이스는 단순히 10승 이상을 보장하는 투수를 넘어, 팀의 연패를 끊고 연승을 이끄는 정신적 지주 역할을 합니다. 올 시즌 KIA 타이거즈의 제임스 네일과 아담 올러가 동반 10승 이상을 거두며 팀을 상위권으로 이끌고 있는 것처럼, 성공적인 외국인 듀오를 갖추는 것은 강팀의 첫 번째 조건입니다.
결론적으로 SSG는 2027시즌 희망의 불씨를 되살릴 가장 중요한 조각을 이미 손에 넣었습니다. 리그를 지배할 잠재력을 보여준 페드로 아빌라라는 확실한 1선발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제 남은 과제는 다가오는 스토브리그에서 아빌라와 함께 원투펀치를 이룰 또 한 명의 특급 외국인 투수를 영입하는 것입니다. 이 과제만 성공적으로 해결한다면, 이숭용 감독이 이끄는 SSG 랜더스는 2027년 다시 한번 ‘가을야구’ 무대를 밟는 강력한 후보로 떠오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