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의 꿈을 뒤로하고 돌아온 고우석
고우석의 복귀는 현재 리그 4위를 달리며 치열한 순위 경쟁을 펼치고 있는 LG 트윈스에게 천군만마와도 같습니다. 비록 규정상 포스트시즌에는 출전할 수 없지만, 남은 정규 시즌 동안 팀의 뒷문을 든든하게 책임질 핵심 자원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의 복귀는 단순한 전력 보강 이상의 질문을 던집니다. 바로 LG의 마무리 투수 보직에 대한 교통정리 문제입니다. 올 시즌 LG의 뒷문을 훌륭하게 지켜온 동갑내기 친구 손주영(28)의 역할은 어떻게 될까요? 돌아온 고우석은 어떤 보직을 맡게 될까요?
KBO 최고의 마무리, 그러나 낯선 현실
고우석이라는 이름이 KBO 팬들에게 주는 무게감은 상당합니다. 그는 미국 진출 전까지 리그를 대표하는 최고의 마무리 투수였습니다. 통산 139세이브에 빛나는 그의 커리어, 특히 2022시즌에 기록한 압도적인 성적은 여전히 많은 팬의 뇌리에 박혀 있습니다.
- 2022시즌 고우석 성적: 61경기 4승 2패 42세이브 평균자책점 1.48
그야말로 ‘언터처블’에 가까운 퍼포먼스였습니다. 묵직한 강속구를 앞세워 상대 타선을 윽박지르는 그의 투구는 LG 팬들에게 승리의 보증수표와도 같았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마주한 현실은 조금 다릅니다. 고우석은 미국에서 최고의 활약을 펼치고 금의환향한 것이 아닙니다. 그의 마이너리그 통산 성적은 3시즌 동안 111경기에 등판해 11승 6패 10세이브 10홀드, 평균자책점 5.02를 기록했습니다. 만약 외국인 선수가 이 정도 성적을 기록했다면 KBO리그 어떤 구단의 부름도 받기 어려웠을 것입니다. 즉, 그의 복귀는 선택지가 좁아진 상황에서 이루어진 어쩔 수 없는 결정에 가깝습니다. KBO 리그와 마이너리그의 수준 차이를 감안하더라도, 과거의 압도적인 구위를 즉시 재현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새로운 수호신 손주영과 감독의 행복한 고민
고우석이 자리를 비운 사이, LG 트윈스의 뒷문은 새로운 수호신이 굳건히 지키고 있었습니다. 바로 입단 동기이자 절친한 친구인 좌완 손주영입니다. 본래 리그를 대표하는 좌완 선발 유망주로, 지난해 데뷔 첫 10승을 거두며 선발 로테이션의 한 축으로 자리 잡았던 그였습니다. 하지만 올 시즌 팀 사정상 마무리라는 중책을 맡게 되었습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습니다. 그는 올 시즌 33경기에 등판해 1승 24세이브, 평균자책점 2.19라는 빼어난 성적을 기록하며 마무리 첫해 30세이브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염경엽 감독 역시 “올해는 팀 사정상 손주영이 마무리를 맡지만, 내년에는 선발투수로 돌아가게 될 것”이라고 공언하며 그의 선발 복귀를 기정사실화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고우석의 복귀로 상황은 복잡해졌습니다.
시즌 중 보직 변경, ‘독이 든 성배’인 이유

가장 단순한 해결책은 고우석에게 다시 마무리 보직을 맡기고, 손주영을 본래 계획대로 선발 로테이션에 합류시키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는 매우 위험한 도박과도 같습니다. 선발 투수와 마무리 투수는 단순히 던지는 이닝 수만 다른 것이 아닙니다.
- 루틴의 차이: 선발 투수는 4~5일의 정해진 간격에 맞춰 컨디션을 조절하고, 긴 이닝을 소화하기 위한 훈련을 합니다. 반면 불펜 투수는 매 경기 출격 대기를 해야 하며, 짧은 이닝에 전력투구를 하는 훈련에 집중합니다. 시즌 도중 이 루틴을 바꾸는 것은 투수의 신체에 엄청난 부담을 줍니다.
- 부상 위험 증가: 이러한 급격한 변화는 부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큽니다. LG는 이미 값비싼 대가를 치른 경험이 있습니다. 지난해 FA 시장에서 영입한 불펜 장현식을 올 시즌 중반 선발로 전환했지만, 그는 단 몇 경기 만에 팔꿈치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했습니다. 하물며 올 시즌 개막 전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여파로 팔꿈치 상태가 썩 좋지 않았던 손주영에게 시즌 막판 선발 전환을 강행하는 것은 더 큰 위험을 감수하는 일입니다.
결국 손주영을 시즌 끝까지 불펜에 두는 것이 선수 보호와 팀 전력 안정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현실적인 방안입니다.
LG의 해법: ‘공동 마무리’, 더블 스토퍼 체제
그렇다면 LG의 선택은 무엇일까요? 해답은 ‘공동 마무리’ 혹은 ‘더블 스토퍼’ 체제입니다. 돌아온 고우석에게 우선적으로 마무리 역할을 맡기되, 손주영은 기존의 필승조 역할을 그대로 수행하며 상황에 따라 뒷문을 책임지는 형태입니다. 이는 여러 가지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전략입니다.
첫째, 고우석의 연착륙을 도울 수 있습니다. 미국 무대에서 어려움을 겪고 돌아온 그가 KBO리그에 다시 적응하는 시간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만약 그가 흔들릴 경우, 손주영이라는 확실한 카드가 뒤를 받쳐주기 때문에 심리적 안정감을 갖고 마운드에 오를 수 있습니다. 둘째, LG 불펜의 뎁스가 비약적으로 상승합니다. 고우석과 손주영이라는 두 명의 정상급 마무리 투수를 보유하게 되면서, LG는 8회와 9회를 완벽하게 틀어막을 수 있는 막강한 ‘뒷문’을 구축하게 됩니다. 이는 치열한 순위 경쟁이 펼쳐지는 시즌 막판, 접전 상황에서 절대적인 우위를 가져다줄 수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풍운아 고우석의 복귀는 LG 트윈스에게 새로운 시대를 예고하고 있습니다. 그와 그의 친구 손주영이 함께 지키는 LG의 뒷문은 그 어떤 팀에게도 공포의 대상이 될 것입니다. 두 명의 특급 마무리가 펼쳐낼 시너지 효과가 LG를 어디까지 이끌고 갈지, 남은 시즌 프로야구의 가장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