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2억의 사나이, 마침내 물음표를 지우다
NC 다이노스의 좌완 에이스 구창모(29). 그의 이름 앞에는 늘 ‘건강하다면’이라는 아쉬운 수식어가 따라붙었습니다. 2023 시즌을 앞두고 NC 다이노스와 6+1년, 최대 132억 원이라는 파격적인 비FA 다년 계약을 체결하며 모두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지만, 팬들의 기대감 한편에는 늘 불안감이 공존했습니다. 그의 압도적인 재능과 별개로, 커리어 내내 그를 괴롭혔던 부상의 그림자 때문이었습니다. 군 복무 기간을 제외하고 계약 후 두 번째 시즌을 맞이한 2026년, 구창모는 마침내 그 지긋지긋한 물음표를 느낌표로 바꾸기 위한 위대한 도전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2015년 2차 1라운드 3순위라는 높은 순위로 NC 유니폼을 입은 구창모는 KBO 리그를 대표하는 수준급 좌완 투수임에 틀림없습니다. 통산 200경기에서 57승 42패 4홀드 평균자책점 3.72라는 기록이 그의 가치를 증명합니다. 강속구로 타자를 압도하는 파워 피처는 아니지만, 마치 ‘왼손 원태인’을 연상시키는 정교한 제구력과 뛰어난 경기 운영 능력은 그를 에이스의 반열에 올려놓았습니다. 그가 마운드 위에서 자신의 공을 자신감 있게 던질 때, NC의 승리 확률은 기하급수적으로 올라갔습니다.
재능과 부상, 그 아쉬운 동행

구창모의 커리어는 재능과 부상이 끊임없이 교차하는 시간이었습니다. 특히 2022 시즌은 그의 압도적인 구위를 제대로 보여준 해였습니다. 당시 그는 19경기에 등판해 11승 5패, 평균자책점 2.10이라는 경이로운 성적을 기록했습니다. 마운드에 오를 때마다 상대 타선을 지워버리는 그의 모습은 흡사 전성기 시절의 류현진을 떠올리게 할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이 놀라운 시즌에도 아쉬움은 남았습니다. 바로 ‘이닝’이었습니다. 111.2이닝을 소화하는 데 그치며 리그 투수의 자존심과도 같은 ‘규정 투구 이닝’을 채우지 못했습니다.
사실 규정 이닝 미달은 구창모에게 낯선 일이 아닙니다. 그가 프로 데뷔 후 한 시즌 가장 많은 이닝을 던졌던 해는 1군 3년 차였던 2018년의 133이닝이었습니다. 하지만 당시에도 규정 이닝(144이닝)에는 11이닝이 모자랐습니다. 투수의 숙명과도 같은 팔꿈치 부상 리스크는 번번이 그의 발목을 잡았고, ‘용병급 퍼포먼스’를 펼치고도 시즌을 완주하지 못하는 안타까운 패턴이 반복되었습니다. 팬들은 ‘만약 구창모가 한 시즌 내내 건강하다면 어떤 성적을 낼까?’라는 상상을 거듭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2026년, 마침내 찾아온 ‘이닝 이터’의 자격
그런 구창모가 2026년, 놀라운 변화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2026년 8월 31일 현재, 그는 22경기에 선발 등판해 9승 5패, 평균자책점 4.09를 기록 중입니다. 평균자책점만 놓고 보면 2022년의 압도적인 모습과는 다소 거리가 있지만, 주목해야 할 부분은 따로 있습니다. 바로 그가 소화한 이닝이 무려 125.1이닝에 달한다는 사실입니다. 이는 그의 커리어에서 2018년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이닝이며, 시즌이 아직 33경기나 남아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더욱 놀라운 수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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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 다이노스는 8월까지 총 111경기를 치렀고, 잔여 경기는 33경기입니다. 현재 로테이션을 감안하면 구창모는 산술적으로 시즌이 끝날 때까지 6~7경기에 더 등판할 수 있습니다. 보수적으로 6경기에 등판해 경기당 5이닝씩만 책임진다고 가정해도 30이닝을 추가할 수 있습니다. 이는 총 155이닝을 넘어서는 수치로, 데뷔 13년 차 만에 드디어 규정 투구 이닝을 돌파하는 역사적인 시즌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유리몸’이라는 꼬리표를 떼고, 한 시즌을 꾸준히 책임지는 ‘이닝 이터’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야말로 올 시즌 구창모의 가장 큰 수확입니다.
최고의 창과 방패, 홈런왕 김도영과 마주하다
역사적인 시즌을 향해 순항하고 있는 구창모에게 흥미로운 도전 과제가 주어졌습니다. 바로 9월 1일 창원 NC파크에서 열리는 KIA 타이거즈와의 맞대결입니다. 그리고 그의 맞은편에는 KBO 리그를 폭격하고 있는 거포, 김도영(23)이 버티고 서 있습니다. 김도영은 올 시즌 10개 구단 타자 중 가장 먼저 40홈런 고지를 눈앞에 둔 명실상부한 홈런왕입니다. 그의 불방망이는 리그 모든 투수들에게 공포의 대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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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로운 점은 올 시즌 상대 전적에서는 구창모가 김도영에게 압도적인 우위를 보였다는 것입니다. 김도영은 구창모를 상대로 8타수 1안타 2볼넷 2삼진에 그치며 철저하게 봉쇄당했습니다. 구창모의 정교한 제구와 노련한 완급 조절에 KBO 최고의 타자도 속수무책이었던 셈입니다. 하지만 과거의 기록만 믿고 안심하기는 이릅니다. 김도영의 최근 타격감은 그야말로 ‘미쳤다’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이기 때문입니다. 그는 최근 10경기에서 타율 0.395, 4홈런, 9타점이라는 무시무시한 성적을 기록하며 절정의 컨디션을 과시하고 있습니다.
결국 이번 맞대결은 ‘천적 관계’의 지속이냐, ‘최근 기세’의 폭발이냐를 가늠하는 흥미로운 시험대가 될 것입니다. 데뷔 13년 차에 비로소 진정한 에이스의 증표인 규정 이닝을 향해 달려가는 구창모. 그리고 리그의 역사를 새로 쓰고 있는 젊은 홈런왕 김도영. 두 선수의 자존심을 건 맞대결에서 과연 누가 웃고, 누가 울게 될까요? 9월 1일 창원 NC파크에서 펼쳐질 이들의 뜨거운 승부에 모든 야구팬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