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에 울려 퍼진 함성, 2417일 만에 다시 쓰인 KIA 타이거즈의 역사
2026년 4월 24일, 광주 기아 챔피언스 필드의 밤은 유난히 뜨거웠습니다. 마운드 위에는 한 명의 투수가 굳건히 서 있었고, 그의 손끝에서 던져진 103번째 공이 포수 미트에 꽂히는 순간, 경기장은 팬들의 열광적인 함성으로 가득 찼습니다. 그 주인공은 바로 KIA 타이거즈의 외국인 투수, 아담 올러였습니다. 9이닝 동안 단 한 점도 내주지 않은 완벽한 투구. KBO 리그 기록의 한 페이지가 새롭게 장식되는 순간이었습니다. ‘최초’라는 수식어가 이토록 잘 어울리는 날이 또 있었을까요? 올러는 이날 단순한 1승을 넘어 팀의 역사를 새로 썼습니다.
KIA 타이거즈의 마지막 완봉승은 무려 2417일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팀의 살아있는 전설, 양현종이 2019년 9월 11일 사직 롯데전에서 단 86구로 9이닝 무실점의 위업을 달성한 이후, 그 누구도 그 대기록을 이어가지 못했습니다. 6년이 넘는 긴 시간 동안 팬들의 가슴속에 아쉬움으로 남아있던 그 기록의 공백을, 바다 건너온 푸른 눈의 에이스 아담 올러가 완벽하게 메워주었습니다. 단순한 완봉이 아니었기에 그 의미는 더욱 깊었습니다.
의심을 확신으로 바꾼 103구의 역투
이날 올러가 마운드에서 보여준 모습은 그야말로 ‘지배자’ 그 자체였습니다. 9이닝을 홀로 책임지며 던진 공은 총 103개. 그중 75개가 스트라이크 존을 통과하는 압도적인 제구력을 선보였습니다. 상대 타선에게 허용한 안타는 단 3개에 불과했고, 볼넷은 2개만을 내주며 위기관리 능력까지 증명했습니다. 특히, 무려 11개의 삼진을 솎아내며 상대 타자들을 압도하는 모습은 팬들에게 짜릿한 전율을 선사했습니다. KIA 타이거즈의 역사상 외국인 투수가 두 자릿수 탈삼진을 기록하며 완봉승을 거둔 것은 이날이 처음이었습니다. 그야말로 ‘최초’의 기록이었습니다.
아담 올러, 2026년 4월 24일 투구 기록
- 이닝: 9이닝 (완봉승)
- 투구수: 103구 (스트라이크 75개)
- 피안타: 3개
- 볼넷: 2개
- 탈삼진: 11개
- 실점: 0점
이 기록은 올러 개인에게도 특별했습니다. 대학 시절 완봉 경험은 있었지만, 치열한 프로의 세계에 발을 들인 후에는 단 한 번도 9이닝을 홀로 책임진 적이 없었습니다. 이날의 완봉승은 그의 프로 커리어 첫 완봉승으로, KBO 리그뿐만 아니라 자신의 야구 인생에도 잊을 수 없는 이정표를 세운 것입니다. 이 경기로 그의 시즌 평균자책점은 1.11에서 0.81까지 떨어지며 리그 최정상급 투수임을 다시 한번 각인시켰습니다.
17억의 가치, 믿음이 만들어낸 최고의 결과
사실 올러와 KIA 타이거즈의 동행이 처음부터 순탄했던 것은 아닙니다. 2025시즌, 11승 7패 평균자책점 3.62라는 준수한 성적을 남겼지만, 시즌 중반 팔꿈치 염증으로 한 달간 자리를 비우면서 내구성에 대한 물음표가 따라붙었습니다. 재계약을 앞두고 구단과 팬들 사이에서는 깊은 고민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KIA 타이거즈는 올러의 잠재력과 구위를 믿었습니다. 고심 끝에 총액 120만 달러(약 17억 원)를 투자하며 그에게 다시 한번 호랑이 유니폼을 입혔습니다.
그 선택이 얼마나 값진 것이었는지를 올러는 2026시즌 매 등판마다 증명해왔습니다. 그리고 이날의 완봉승은 그 믿음에 대한 완벽한 화답이었습니다. 경기가 끝난 후 팬 커뮤니티는 뜨겁게 달아올랐습니다. “올러 재계약 반대했던 사람 어디 갔냐”, “17억이 아니라 170억짜리 활약이다” 와 같은 찬사가 쏟아졌습니다. 한 누리꾼은 “지난 시즌 팔꿈치 때문에 걱정했는데, 올해는 완전히 다른 투수가 된 것 같다”라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우려의 시선을 보내던 이들마저 완벽히 팬으로 돌아서게 만든, 그야말로 압도적인 퍼포먼스였습니다.
단순한 용병이 아닌, 진정한 팀의 에이스로
이날 올러의 활약이 더욱 빛났던 이유는 그의 마음가짐 때문이었습니다. 8회 투구를 마친 뒤, 그는 코칭스태프에게 먼저 9회에도 마운드에 오르겠다는 강한 의지를 전달했습니다. 경기 후 인터뷰에서 그는 “한국에 오면서 완투는 꼭 한번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그의 9회 등판 의지에는 개인적인 목표 그 이상의 의미가 담겨 있었습니다. “완봉승 기회가 쉽게 오는 것도 아니지만, 최근 불펜 투수들이 많이 던져 피로가 쌓인 것을 고려해 내가 9회까지 책임지는 것이 팀에 더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는 그의 말에서 진정한 에이스의 품격이 느껴졌습니다.
이범호 감독 역시 “올러가 매 이닝 투구수 관리를 효율적으로 해가며 9이닝을 완벽하게 틀어막았다. 단순한 1승 이상의 가치가 있다. 지쳐있는 불펜진에게 꿀맛 같은 휴식을 선물해 주었다”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자신의 기록 달성과 팀의 상황을 동시에 고려하는 그의 성숙한 태도는, 그가 단순한 외국인 용병이 아닌 KIA 타이거즈의 핵심 선수이자 리더로 자리매김했음을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최초’라는 기록은 한번 세워지면 영원히 남습니다. 아담 올러가 KIA 타이거즈 유니폼을 입고 써 내려간 이 위대한 기록은 오랫동안 팬들의 기억 속에 남을 것입니다. 그의 빛나는 역투가 긴 시즌을 치러나갈 팀에게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기를, 그리고 더 높은 곳을 향한 도약의 발판이 되어주기를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