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쁜데 눈물이 나고, 슬픈데 웃음이 나는 순간
혹시 그런 경험 없으신가요? 아름다운 노을을 보며 왠지 모를 슬픔에 잠기거나, 아주 사소한 일에 갑자기 벅찬 감동을 느끼는 순간. 때로는 기쁨과 슬픔, 안도와 불안이 뒤섞여 도무지 한 단어로는 설명할 수 없는 복잡한 감정의 소용돌이에 휩싸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이런 감정을 느낄 때 종종 당황하며 생각합니다. ‘이 감정은 대체 뭘까?’, ‘나만 이런 걸 느끼는 걸까?’, ‘내가 좀 이상한가?’
이처럼 이름 붙일 수 없는 모호한 감정들은 우리를 외롭게 만들곤 합니다. 내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명확히 표현할 수 없을 때, 우리는 타인과 연결되기 어렵고 스스로를 이해하는 데에도 어려움을 겪습니다. 하지만 더 이상 혼란스러워하거나 외로워할 필요 없습니다. 여기, 당신이 느끼는 그 섬세하고 복잡한 감정 하나하나에 다정한 이름을 붙여준 사람이 있습니다. 바로 존 케닉(John Koenig)과 그의 역작, 『슬픔에 이름 붙이기』입니다.
‘감정의 팔레트’를 만들다: 존 케닉의 『슬픔에 이름 붙이기』
존 케닉은 2009년, 자신의 블로그에 ‘슬픔에 이름 붙이기(The Dictionary of Obscure Sorrows)’라는 프로젝트를 시작했습니다. 그는 우리가 일상에서 느끼지만 기존의 단어로는 정확히 포착해낼 수 없었던 미묘하고 복잡한 감정들을 수집하고, 거기에 새로운 이름을 부여했습니다. 마치 언어학자이자 시인처럼, 그는 독일어나 고대 그리스어 등 다양한 언어에서 영감을 받아 독창적인 단어들을 만들어냈습니다.
이 책은 단순한 단어 모음집이 아닙니다. 이것은 우리 모두가 공유하지만 미처 깨닫지 못했던 ‘감정의 지도’이자, 다채로운 색으로 가득한 ‘감정의 팔레트’입니다. 존 케닉은 이 프로젝트를 통해 우리가 느끼는 모든 감정은 소중하며, 결코 이상한 것이 아님을 이야기합니다. 그는 말합니다. “정의하지 못할 만큼 모호한 슬픔은 없습니다.” 이 한 문장은 이름 없는 감정들 속에서 방황하던 우리에게 큰 위로와 확신을 줍니다.
우리가 미처 몰랐던 감정의 이름들
『슬픔에 이름 붙이기』에는 수많은 흥미로운 감정의 이름들이 등장합니다. 몇 가지 대표적인 예를 살펴보면, 아마 당신도 “아, 나도 이런 감정 느껴봤어!”라며 무릎을 치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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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더 (Sonder)
길거리를 스쳐 지나가는 이름 모를 타인 한 사람 한 사람이, 나와 마찬가지로 각자 생생하고 복잡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는 깨달음에서 오는 감정. 카페 창가에 앉아 거리를 오가는 사람들을 볼 때, 저마다의 사연과 희로애락을 품고 살아가는 수많은 우주가 존재함을 문득 느끼는 순간의 감정입니다. 이 깨달음은 우리를 거대한 인류의 이야기 속에 연결된 존재로 느끼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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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모달렌 (Vemödalen)
수천 장의 똑같은 사진이 이미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기에, 경이로운 무언가를 사진으로 찍는 행위가 무의미하게 느껴지는 데서 오는 좌절감. 아름다운 일몰이나 유명 관광지에서 사진을 찍을 때, 이미 수많은 사람이 비슷한 구도로 찍은 사진이 SNS에 넘쳐난다는 사실을 깨닫고 허탈해지는 바로 그 감정입니다. 독창성과 보편성 사이의 미묘한 긴장감을 포착한 단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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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아 (Opia)
누군가의 눈을 똑바로 쳐다볼 때 느껴지는 모호한 강렬함. 상대의 마음을 꿰뚫어 보는 것 같아 공격적이면서도, 동시에 내 마음을 들키는 것 같아 연약해지는 양가적인 감정입니다. 짧은 시선 교환 속에서 오고 가는 수많은 비언어적 신호와 감정의 교류를 담아낸 단어입니다.
이 외에도 책에는 ‘과거로 돌아가 현재의 자신에게 조언해주고 싶지만 그럴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을 때의 무력감(엘립시즘)’, ‘아무도 이야기하지 않는 주제에 대해 모두가 생각하고 있음을 알 때의 기묘한 분위기(애모매니아)’ 등 수많은 감정들이 섬세하게 정의되어 있습니다.
감정 라벨링, 왜 중요할까?
존 케닉의 작업은 단순히 새로운 단어를 만드는 것을 넘어, ‘감정 라벨링(Emotion Labeling)’의 중요성을 일깨워줍니다. 감정에 이름을 붙이는 행위는 우리의 정신 건강과 자기 이해에 생각보다 훨씬 큰 영향을 미칩니다.
첫째, 혼란을 명확함으로 바꿉니다.
안개처럼 뿌옇고 형체 없던 감정에 ‘손더’나 ‘오피아’ 같은 이름을 붙이는 순간, 그 감정은 구체적이고 다룰 수 있는 대상으로 변합니다. 막연한 불안감이나 우울감에 압도당하는 대신, ‘아, 내가 지금 느끼는 건 바로 이 감정이구나’라고 인식하게 되면, 우리는 감정의 주도권을 되찾고 더 차분하게 대처할 수 있게 됩니다.
둘째, 고립감에서 벗어나 보편적 연결감을 느끼게 합니다.
‘나만 느끼는 이상한 감정’이라고 생각했던 것에 이름이 있다는 사실은, 다른 누군가도 나와 같은 경험을 한다는 강력한 증거입니다. 이것은 엄청난 위안과 소속감을 줍니다. 우리는 더 이상 혼자가 아니며, 우리의 경험은 인류 보편의 경험의 일부임을 깨닫게 됩니다. 이는 공감의 폭을 넓히고 타인을 더 깊이 이해하는 계기가 되기도 합니다.
셋째, 더 깊은 자기 이해를 가능하게 합니다.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단어가 많아질수록, 우리는 자신의 내면을 더 섬세하고 정확하게 들여다볼 수 있습니다. 일기를 쓸 때, 친구와 대화할 때, 혹은 스스로의 마음을 정리할 때, 풍부한 감정 어휘는 우리의 생각과 느낌을 더욱 명료하게 만들어 줍니다. 이는 곧 자기 인식의 심화로 이어지며, 더 건강한 삶을 살아가는 토대가 됩니다.
당신만의 ‘감정 사전’을 만들어보세요
오늘 당신의 마음은 어떤가요?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복잡한 감정으로 혼란스럽다면, 『슬픔에 이름 붙이기』를 펼쳐보세요. 이 책은 당신이 느끼는 감정이 결코 틀리거나 이상한 것이 아니라는 따뜻한 확신을 줄 것입니다. 존 케닉이 만든 단어들 속에서 당신의 마음과 꼭 닮은 조각을 발견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더 나아가, 이 책을 시작으로 당신만의 ‘감정 사전’을 만들어보는 것은 어떨까요? 당신만이 느끼는 고유한 감정에 당신만의 이름을 붙여보세요. 그 과정 자체가 스스로를 더 깊이 사랑하고 이해하는 소중한 여정이 될 것입니다. 기억하세요. 당신이 느끼는 모든 감정은 이름을 가질 자격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