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분쟁의 최종 목적지는 이란이 될 것이다’ – 헬렌 톰슨 ‘질서 없음’이 파헤친 충격적 진실

서론: 현실이 된 예언, "결국 분쟁의 최종 목적지는 이란이 될 것이다"

서론: 현실이 된 예언, “결국 분쟁의 최종 목적지는 이란이 될 것이다”

2024년 1월, 전 세계의 이목이 가자지구의 분쟁에 쏠려 있을 때, 영국 케임브리지대학교의 정치경제학자 헬렌 톰슨 교수는 마치 미래를 내다본 듯한 경고를 던졌습니다. “결국 분쟁의 최종 목적지는 이란이 될 것이다.” 당시 이란은 중국과의 전략적 관계를 강화하고 핵 개발 야심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불과 몇 달 만에, 그의 말은 섬뜩할 정도로 현실이 되어 우리 눈앞에 펼쳐졌습니다. 이란과 이스라엘의 직접적인 군사 충돌은 중동 전체를 전쟁의 소용돌이로 몰아넣을 수 있는 아슬아슬한 상황을 연출했습니다.

헬렌 톰슨은 그의 저서 ‘질서 없음(Disorder)’에서 21세기를 뒤덮은 전쟁, 팬데믹, 물가 폭등과 같은 ‘무질서함’의 근원을 파헤칩니다. 그는 우리가 당연하게 여겼던 세계의 ‘질서’가 사실은 얼마나 취약한 기반 위에 서 있었는지, 그리고 그 질서가 어떻게 무너져 내리고 있는지를 지정학, 경제학, 민주정치라는 세 가지 거대한 프레임으로 명쾌하게 분석합니다. 그의 결론은 충격적입니다. “우리가 지금까지 믿어 왔던 질서들은 사실 없었다. 앞으로의 질서도 그럴 것이다.” 인간이 만든 질서가 인간에 의해 허물어지는 혼돈의 시대, 우리는 이 세계를 어떻게 이해하고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요? 이 글에서는 헬렌 톰슨의 통찰을 통해 혼돈의 세계를 읽는 세 가지 프레임을 살펴보고, 왜 이란 분쟁의 최종 목적지라는 예측이 나올 수밖에 없었는지 그 본질을 꿰뚫어 보고자 합니다.

왜 지금 '질서 없음'을 이야기하는가?: 혼돈의 세 가지 프레임

왜 지금 ‘질서 없음’을 이야기하는가?: 혼돈의 세 가지 프레임

헬렌 톰슨은 현재의 혼란이 갑자기 발생한 것이 아니라, 수십 년, 길게는 100년 이상 축적된 구조적 문제들이 임계점에 도달하며 터져 나온 결과라고 주장합니다. 그는 이 복잡한 현상을 이해하기 위해 세 가지 렌즈를 제시합니다.

지정학적 균열: 에너지와 권력의 이동

첫 번째 프레임은 지정학, 특히 ‘에너지 지정학’입니다. 20세기 내내 세계 질서를 지탱해 온 핵심은 바로 석유였습니다. 미국은 달러를 기축통화로 유지하고 세계 패권을 장악하기 위해 중동의 석유 공급망을 통제해왔습니다. 그러나 21세기에 들어서면서 상황은 급변했습니다.

  • 미국의 셰일 혁명: 미국이 에너지 순수출국으로 변모하면서 중동에 대한 의존도가 낮아졌고, 이는 중동 문제에 대한 미국의 개입 의지를 약화시키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 중국과 러시아의 부상: 반면, 세계 최대의 에너지 수입국이 된 중국은 안정적인 에너지 확보를 위해 중동 및 러시아와의 관계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특히 러시아는 유럽에 대한 에너지 영향력을 무기화하며 기존 질서를 흔들고 있습니다.
  • 이란의 전략적 가치: 이러한 구도 속에서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을 통제하는 지정학적 요충지이자, 중국과 러시아의 반미 연대를 잇는 핵심 고리로서 그 중요성이 극대화되었습니다. 이란 분쟁의 최종 목적지라는 예측은 바로 이러한 거대한 에너지 지정학의 판도 변화 속에서 나온 필연적인 귀결이라 할 수 있습니다.

경제적 불안정성: 값싼 에너지 시대의 종말

두 번째 프레임은 경제입니다. 톰슨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세계 경제가 근본적인 취약성을 안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특히 값싼 에너지와 저금리에 기반한 성장이 한계에 부딪혔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팬데믹과 우크라이나 전쟁은 이러한 기저질환을 악화시키는 방아쇠 역할을 했습니다. 에너지 가격 폭등은 전 세계적인 인플레이션을 촉발했고, 각국 중앙은행은 금리 인상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는 다시금 부채 위기와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를 낳으며 세계 경제를 불확실성의 늪으로 밀어 넣고 있습니다. 결국, 경제적 불안정은 사회적 불만을 증폭시키고, 이는 각국의 정치적 불안정으로 이어지며 지정학적 갈등을 더욱 심화시키는 악순환의 고리를 형성합니다.

민주정치의 위기: 흔들리는 질서의 기반

세 번째 프레임은 민주정치의 위기입니다. 톰슨은 서구 민주주의 국가들이 내부적으로 심각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고 분석합니다. 경제적 불평등 심화, 정치적 양극화, 포퓰리즘의 부상 등은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내기 어렵게 만들고 있습니다. 국민들은 더 이상 국가가 자신의 삶을 책임져 줄 것이라 믿지 않으며, 국제적 합의나 질서보다는 자국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민주주의의 내부적 약화는 권위주의 국가들에게 더 많은 공간을 허용하는 결과를 낳습니다. 트럼프 현상이나 브렉시트와 같은 사건들은 이러한 민주정치의 위기가 어떻게 국제 질서 전체를 흔들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결국, 내부적으로 분열된 국가는 외부의 도전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어렵고, 이는 ‘질서 없음’의 시대를 더욱 가속화합니다.

100년의 역사가 경고하는 미래: 이란은 왜 핵심인가?

100년의 역사가 경고하는 미래: 이란은 왜 핵심인가?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이 책을 추천하며 ‘트럼프의 변덕 뒤에 숨은 100년간의 역사를 통해 이란 전쟁의 본질을 꿰뚫는다’고 평한 것처럼, ‘질서 없음’의 가장 큰 미덕은 현재의 사건들을 장기적인 역사적 맥락 속에서 조망한다는 점입니다. 헬렌 톰슨이 이란 분쟁의 최종 목적지를 지목한 것 역시 즉흥적인 예측이 아닙니다. 이는 20세기 초 영국이 중동의 석유를 통제하기 시작한 시점부터, 1979년 이란 이슬람 혁명, 이란-이라크 전쟁, 그리고 21세기 미국의 ‘테러와의 전쟁’에 이르기까지 100년간 축적된 역사의 결과물입니다.

미국에게 이란은 중동 패권에 대한 가장 큰 도전 세력이자, 달러 체제를 위협할 수 있는 잠재적 위험 요소입니다. 반면, 중국과 러시아에게 이란은 미국의 영향력에 맞서 다극체제를 구축하기 위한 필수적인 파트너입니다. 따라서 이란을 둘러싼 갈등은 단순히 중동의 지역 분쟁이 아니라, 미국 중심의 기존 질서와 이에 도전하는 신흥 세력 간의 거대한 힘겨루기가 가장 첨예하게 폭발하는 지점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헬렌 톰슨은 바로 이 지점을 정확히 짚어내며, 우리가 목격하는 수많은 분쟁과 갈등의 최종 귀결이 어디로 향할 수 있는지를 냉철하게 제시하고 있는 것입니다.

결론: 무질서의 파도를 항해하는 법

결론: 무질서의 파도를 항해하는 법

헬렌 톰슨의 ‘질서 없음’은 우리에게 불편한 진실을 마주하게 합니다. 우리가 믿었던 안정적인 세계 질서는 신기루에 가까웠으며, 우리는 앞으로 더욱 예측 불가능하고 혼란스러운 시대를 살아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의 분석은 절망적인 예언에 그치지 않습니다. 오히려 혼돈의 근원을 명확히 이해함으로써, 우리는 비로소 이 무질서의 파도를 헤쳐 나갈 지혜와 통찰을 얻을 수 있습니다. 눈앞의 뉴스 헤드라인에 일희일비하는 대신, 그 이면에 작동하는 지정학, 경제, 정치의 거대한 힘을 읽어내는 것. 이것이 바로 ‘질서 없음’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생존 전략일 것입니다.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세계의 본질을 이해하고 미래를 대비하고 싶다면, 헬렌 톰슨의 이 책은 가장 정확하고 깊이 있는 나침반이 되어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