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통증을 견디게 하는 당신의 ‘진통제’는 무엇인가요?

서문: 통증과 기억, 한 알의 진통제가 불러오는 상념

서문: 통증과 기억, 한 알의 진통제가 불러오는 상념

아침저녁으로 진통제를 먹습니다. 지긋지긋한 허리 통증 때문입니다. 통증은 끈질기게 저를 괴롭히고, 이제는 몸이 통증에 익숙해진 듯합니다. 가끔 통증이 잦아드는 날이면 약 없이 버텨보려 하지만, 이내 다시 찾아오는 통증 앞에 무릎 꿇고 다시 약을 찾게 됩니다.

오늘의 저는 이렇게 물리적인 진통제로 하루를 버티고 있습니다. 하지만 문득 생각해 봅니다. 우리의 삶 자체가 크고 작은 통증의 연속이 아니었던가요? 그리고 그 통증을 견디기 위해 우리는 저마다 다른 형태의 진통제를 복용하며 살아온 것이 아닐까요? 최서진 시인의 시 「진통제」는 바로 이 지점에서 깊은 울림을 줍니다. 시인은 일상적인 약 한 알에서 시작하여, 삶의 근원적인 아픔과 그것을 어루만지는 따뜻한 기억을 섬세하게 길어 올립니다.

최서진 시인의 시, 「진통제」: 소리 없는 아픔을 듣다

최서진 시인의 시, 「진통제」: 소리 없는 아픔을 듣다

최서진 시인의 시집 『지구의 모든 저녁이 모여 있는 곳』에 수록된 시 「진통제」는 이렇게 시작합니다.

소리가 들리지 않는 다큐멘터리를 본다
귀를 막아도 들리는 소리가 있어
빗방울 하나 주워 들고 파도 소리를 듣는다

시인은 외부의 소음이 차단된 고요 속에서 오히려 내면의 소리, 결코 막을 수 없는 통증의 소리에 귀 기울입니다. ‘열꽃’이라는 시어에서는 피부에 돋아나는 발진의 뜨거움과 그것을 식히려는 서늘함이 공존하며, 통증과 치유의 이중적인 속성을 아름답게 포착합니다. 머리끝까지 이불을 뒤집어쓰고 세상에서 지워지고 싶은 날, 스스로 체온조차 조절할 수 없는 무력감을 느끼는 순간, 시는 우리를 위로합니다.

그리고 시의 마지막은 가장 결정적인 순간을 그려냅니다.

해열진통제를 먹고
이마를 가만히 짚어 본다
해열 진통제를 보면 이마를 짚어 주던
한 사람이 떠오르고

물리적인 열을 내리기 위해 먹은 해열진통제 한 알이, 과거 아팠던 날 나의 이마를 짚어주던 따뜻한 손길, 그 사람의 기억을 소환합니다. 결국 진정한 치유는 약리 작용을 넘어, 사람에게서 비롯된 사랑과 관심의 기억이라는 것을 시는 말하고 있습니다. 이 시를 읽으면, 우리 각자의 마음속에 자리한 ‘그 한 사람’을 떠올리게 됩니다.

내 삶의 가장 강력한 진통제, '가족'

내 삶의 가장 강력한 진통제, ‘가족’

시를 읽으며 제 삶의 진통제는 무엇이었는지 되짚어보게 됩니다. 수많은 것들이 스쳐 지나가지만, 단연 가장 크고 강력했던 진통제는 ‘가족’이었습니다. 포기하고 싶을 때마다 마음을 다잡게 하고, 오늘의 저를 버티게 해준 가장 근원적인 힘이었습니다.

저는 현재 한 대학의 교직원으로 안정적인 생활을 하고 있으며, 시인으로서 세 번째 시집 출간을 앞두고 있습니다. 계획 세우기를 좋아하는 저이지만, 사실 제 삶의 시작은 전혀 계획된 것이 아니었습니다. 2000년 12월, 대학교 4학년 겨울방학에 저는 결혼했습니다. 아내는 간호사로 일하고 있었지만, 저는 대학원 진학을 준비하던 사실상의 무직자였습니다. 잡지에 글을 기고하며 용돈은 벌었지만, 생활을 책임지는 것은 제 몫이 아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내가 아이가 생겼다고 말했습니다. 물론 기쁜 소식이었지만, 한 집안의 가장이 된다는 압박감은 실로 엄청났습니다. 막막함 속에서 헤매던 그때, 지금 제가 일하고 있는 대학의 구인공고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만약 제가 결혼하지 않았다면, 아이가 생기지 않았다면, 저는 결코 그 공고에 눈길조차 주지 않았을 것입니다. 높은 경쟁률을 뚫고 기적처럼 합격했고, 그때부터 저의 치열한 사회생활이 시작되었습니다. 지난 25년간 보수적인 조직 문화 속에서 선배들의 힐난을 견디고, 보이지 않는 경쟁 속에서 살아남아야 했습니다. 그 모든 힘겨운 순간을 버텨낼 수 있었던 것은 바로 ‘가족’이라는 강력한 진통제를 끊임없이 맞고 또 먹었기 때문입니다.

사람이 사람에게, 연결이라는 진통제

사람이 사람에게, 연결이라는 진통제

우리는 종종 사람 때문에 상처받고 힘들어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우리를 다시 살게 하는 것 또한 사람이라는 사실을 너무나 잘 알고 있습니다. 최서진 시인의 시가 마음에 와닿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을 것입니다. “해열 진통제를 보면 이마를 짚어 주던 / 한 사람이 떠오르고” 라는 구절처럼, 우리에겐 각자 자신을 일으켜 세우고 살게 하는 ‘그 사람’이 존재합니다.

저에게는 가족 외에 또 다른 소중한 진통제가 있습니다. 바로 ‘시(詩)’와, 제 시를 읽어주시는 ‘여러분’입니다. 고백하건대, 제 삶의 매우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바로 시를 쓰는 행위입니다. 그리고 시를 통해 저는 세상과, 그리고 오늘 이 글을 읽고 계시는 여러분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 시는 저의 내면의 통증을 표현하는 언어입니다.
  • 시는 타인의 아픔에 공감하게 하는 다리입니다.
  • 시는 독자와 저를 이어주는 보이지 않는 끈입니다.

이 연결의 감각은 제가 겪는 모든 어려움을 견디게 하는 또 하나의 강력한 진통제입니다. 저는 이 연결의 끈을, 시를 통해 여러분과 맺어진 이 소중한 인연을 끝까지 놓지 않을 것입니다.

결론: 당신의 진통제를 돌아볼 시간

결론: 당신의 진통제를 돌아볼 시간

우리는 모두 각자의 삶에서 크고 작은 통증을 안고 살아갑니다. 때로는 참을 수 없을 만큼 고통스럽고, 때로는 견딜 만한 통증 속에서 하루를 보냅니다. 중요한 것은 그 통증을 이겨내게 하는 자신만의 진통제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그것이 가족의 사랑일 수도 있고, 연인의 따뜻한 손길일 수도 있습니다. 혹은 열정을 쏟는 일이나 취미, 마음을 울리는 한 편의 시나 음악일 수도 있습니다. 최서진 시인의 시 「진통제」가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은 이것입니다. “당신을 살게 하는 진정한 진통제는 무엇입니까?”

오늘 하루, 잠시 멈추어 당신의 삶을 지탱해주는 소중한 진통제들을 떠올려보는 것은 어떨까요? 그 존재를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다시 한번 살아갈 힘을 얻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