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인만색(萬人萬色), 저마다의 생존 방식
사람들이 살아가는 방식은 얼마나 다양할까요? 우리는 종종 MBTI나 혈액형 같은 유형론을 통해 서로를 이해하려 노력하지만, 사실 한 사람의 삶을 몇 가지 유형으로 규정하기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지문이 같은 사람이 없듯이, 모든 사람은 저마다의 고유한 삶의 궤적과 가치관을 지니고 살아갑니다. 자고, 먹고, 일하는 기본적인 삶의 틀은 비슷할지 몰라도, 그 디테일을 들여다보면 세상에는 사람의 수만큼이나 다양한 삶의 방식이 존재합니다. 이는 비단 인간에게만 해당되는 이야기는 아닐 것입니다. 자연의 모든 생명체 역시 각자의 환경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고유의 생존 전략을 가지고 있습니다. 마경덕 시인의 산문시 「딸기의 전략」은 바로 이 지점에서 우리에게 깊은 통찰을 안겨줍니다.
보편적인 전략: 씨앗을 안으로 품다
시의 첫 부분에서 시인은 우리가 흔히 아는 식물들의 생존 방식을 이야기합니다.
호박 고추 가지도 씨를 품고, 자두 사과 복숭아도 몸속 깊이 씨를 묻었다. 그들의 전략은 몸의 중심에 씨종자를 숨기고 신이 입력한 씨눈의 정보를 보호하는 것. 그들의 수고로 해마다 과수원과 텃밭은 번창했다.
대부분의 식물은 자신의 가장 소중한 것, 즉 미래 세대를 이어갈 씨앗을 단단한 과육이나 껍질 속에 깊숙이 숨깁니다. 이는 외부의 위협으로부터 연약한 씨앗을 보호하고, 가장 안전한 방식으로 종족을 보존하려는 본능적인 선택입니다. 몸의 중심에 가장 중요한 것을 숨기고 내실을 다지는 것, 이것이 바로 자연계의 가장 보편적이고 안정적인 생존 전략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는 마치 자신의 내면세계를 깊이 탐구하며 조용히 작품 활동에 몰두하는 창작자의 모습과도 닮아있습니다.
딸기의 전략: 모든 것을 밖으로 드러내다
하지만 여기, 그 보편적인 규칙을 과감히 거부하고 자신만의 독특한 길을 가는 존재가 있습니다. 바로 ‘딸기’입니다.
늑골도 척추뼈도 없는 온몸이 살덩어리인 딸기. 알몸으로 노출한 사생활도 당최 겁이 없다. 노골적으로 씨를 드러낸 의도는 무엇일까.
딸기는 사과나 복숭아와 달리, 자신의 씨앗을 연약한 과육 표면에 깨알같이 박아 그대로 노출합니다. 언뜻 보기에는 무모하고 위험천만한 선택처럼 보입니다. 시인은 이를 두고 ‘알몸으로 노출한 사생활’이라 표현하며 그 대담함에 주목합니다. 그렇다면 딸기는 왜 이런 방식을 택했을까요? 사실 우리가 딸기의 ‘씨앗’이라고 부르는 것은 씨앗이 아니라 ‘수과(Achene)’라고 불리는 열매 그 자체이며, 우리가 먹는 붉은 부분은 열매가 아닌 꽃받침이 부풀어 오른 ‘화탁’입니다. 딸기의 진짜 전략은 바로 이 ‘먹히는 것’에 있습니다.
동물에게 맛있게 먹힌 뒤, 작고 단단하여 소화되지 않는 씨앗(열매)을 배설물을 통해 더 멀리, 더 넓은 곳으로 퍼뜨리는 것. 이것이 바로 시인이 말하는 ‘살아남기 위한 극단의 전략’인 셈입니다. 안으로 숨기는 대신 밖으로 모든 것을 드러내고, 자신을 기꺼이 내어줌으로써 더 큰 번영을 꾀하는 역설적인 생존법입니다. 딸기는 자신을 감추지 않고 세상과 적극적으로 관계 맺는 방식을 통해 생존을 도모하는 것입니다.
시인의 소통법: 딸기의 전략을 닮은 시인, 마경덕
이러한 딸기의 전략은 창작자들이 세상과 소통하는 방식에도 비유될 수 있습니다. 골방에 앉아 홀로 시를 쓰는 시인이 사과나 복숭아와 같다면, 세상 밖으로 나와 독자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려는 시인은 딸기와 닮았습니다.
마경덕 시인은 후자에 속하는, 바로 ‘딸기’와 같은 시인입니다. 오랜 시간 동안 블로그를 통해 수많은 독자들과 소통하며 자신의 시는 물론, 다른 여러 시인의 좋은 작품들을 꾸준히 소개해왔습니다. 이는 자신의 창작 세계를 널리 알리는 것을 넘어, 시라는 문학의 씨앗 자체를 세상 곳곳에 퍼뜨리려는 열정적인 노력의 일환입니다. 제가 한 편의 시를 깊이 파고들어 그 의미를 분석하는 방식을 택한다면, 마경덕 시인은 다양한 시의 존재 자체를 널리 알리는 방식을 통해 문학의 저변을 넓혀갑니다.
서로 다른 방식이지만, 어느 한쪽이 우월하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각자의 상황과 기질에 맞는 최선의 문학 활동을 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중요한 것은 그 방식의 차이가 아니라, 그 안에 담긴 진심과 열정입니다. 비록 여러 과일과 채소가 저마다의 방식으로 씨앗을 품듯, 시를 세상에 내보이는 문법은 달라 보일지라도, ‘시를 사랑하는 마음’이라는 단단한 씨앗을 품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는 같은 뿌리를 둔 동행자일 것입니다.
마경덕 시인의 「딸기의 전략」은 우리에게 자신의 삶의 방식을 되돌아보게 합니다. 나는 안으로 단단히 여무는 사과인가, 혹은 밖으로 자신을 드러내는 딸기인가. 정답은 없습니다. 모든 생명체가 자신만의 고유한 전략으로 생존하듯, 우리 역시 자신에게 가장 잘 맞는 방식으로 삶을 가꾸고 세상과 소통하면 되는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나만의 씨앗을 어떻게 품고, 싹틔우고, 세상과 나눌 것인가에 대한 끊임없는 고민일 것입니다.
※ 시인 이력 (출판사 제공)
- 마경덕 시인
- 2003년 세계일보 신춘문예 등단
- 시집: 『신발論』, 『글러브 중독자』, 『사물의 입』,『그녀의 외로움은 B형』, 『악어의 입속으로 들어가는 밤』 등
- 수상: 북한강문학상 대상, 두레문학상, 선경상상인문학상, 모던포엠문학상, 김기림문학상본상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