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론: 왜 지금 『질서 없음』인가?
최근 ‘김어준의 겸손은힘들다 뉴스공장’에서 아주 특별한 책 한 권이 소개되며 많은 이들의 지적 호기심을 자극했습니다. 바로 케임브리지 대학교 정치경제학 교수 헬렌 톰슨의 역작, 『질서 없음(Disorder: Hard Times in the 21st Century)』입니다. 방송에서는 정혜승 전 청와대 디지털소통센터장이 이 책을 강력히 추천하며, 4년 전 현지에서 출간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이란 전쟁을 비롯한 복잡한 국제 분쟁을 놀랍도록 정확하게 예견했다고 언급했습니다. 겉보기에는 예측 불가능한 혼돈처럼 보이는 세계 정세가 사실은 오랫동안 축적된 역사의 동력, 특히 ‘에너지’라는 거대한 축을 따라 움직이는 일정한 질서 속에 있음을 이 책이 명확히 보여준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매일같이 쏟아지는 국제 뉴스 속에서 파편적인 정보의 홍수를 겪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 미중 갈등, 중동의 긴장, 그리고 예측 불가능한 금융 시장의 변동성까지. 이 모든 사건들이 개별적으로 일어나는 것처럼 보이지만, 『질서 없음』은 이 사건들을 관통하는 거대한 구조적 힘이 존재한다고 주장합니다. 모든 것이 연결된 초연결 시대, 단편적인 지식을 넘어 세상을 움직이는 거대한 질서를 통찰하는 힘을 기르고 싶다면, 지금 바로 이 책을 펼쳐야 하는 이유입니다.
『질서 없음』을 관통하는 세 개의 축: 지정학, 금융, 민주주의
헬렌 톰슨은 현대 세계의 ‘무질서’가 세 가닥의 끈이 복잡하게 꼬이고 흩어지는 과정에서 비롯되었다고 분석합니다. 그 세 가지 축은 바로 지정학(Geopolitics), 금융(Finance), 그리고 민주주의(Democracy)입니다. 정치경제학자 홍기빈은 이 책의 추천사에서 “지정학, 금융, 민주주의라는 세 가닥의 끈이 하나의 밧줄로 꼬아지고 또 흩어지는 과정을 통해 지구적 무질서의 시작과 현재와 미래의 향방을 짚어 보는 데에 하나의 분명한 이정표를 심어준다”라고 평하며 이 책의 핵심을 정확히 짚어냈습니다.
첫 번째 축: 에너지 지정학, 모든 갈등의 뿌리
『질서 없음』의 가장 강력한 통찰은 바로 에너지, 특히 석유와 천연가스가 20세기와 21세기 국제 정치의 지형을 어떻게 형성해왔는지를 집요하게 파고든다는 점입니다. 저자는 1차 세계대전 이후 세계 패권을 장악하려는 국가들에게 안정적인 석유 공급망 확보가 얼마나 중요한 과제였는지를 역사적 사실을 통해 증명합니다. 중동의 국경선이 그어진 배경부터 시작해, 1970년대 오일 쇼크가 세계 경제에 미친 충격, 그리고 미국의 ‘셰일 혁명’이 가져온 지정학적 변화까지, 에너지의 역사는 곧 권력의 역사였습니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언급된 것처럼, 이 책은 현재의 이란 전쟁 가능성이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배경에 깔린 에너지 문제를 꿰뚫어 봅니다. 유럽이 왜 러시아산 천연가스에 그토록 의존하게 되었는지, 그리고 그 의존성이 어떻게 푸틴에게 강력한 무기가 되었는지를 이해하면, 전쟁의 본질이 다르게 보이기 시작합니다. 에너지의 흐름을 이해하는 것은 곧 국제 분쟁의 근원을 이해하는 첫걸음인 셈입니다.
두 번째 축: 불안정한 금융 시스템의 균열
두 번째 축은 금융입니다. 헬렌 톰슨은 1971년 닉슨 쇼크로 인한 금본위제 폐지와 그 이후 구축된 달러 패권, 즉 페트로달러 시스템이 어떻게 세계 금융 질서를 유지해왔는지 설명합니다. 산유국들이 석유를 달러로만 결제하게 함으로써 미국은 막대한 힘을 누릴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는 이 시스템의 취약성을 만천하에 드러냈습니다. 저자는 금융위기가 단순한 경제 현상이 아니라, 에너지 가격의 불안정성과 지정학적 리스크가 결합되어 터져 나온 구조적 문제였음을 지적합니다.
최근 BRICS 국가들을 중심으로 ‘탈달러’ 움직임이 가속화되는 현상 역시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에너지 패권의 변화는 곧 금융 패권의 변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질서 없음』은 우리가 당연하게 여겼던 세계 금융 질서가 얼마나 위태로운 기반 위에 서 있는지를 냉철하게 보여줍니다.
세 번째 축: 흔들리는 민주주의의 현실
마지막 축은 민주주의입니다.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인한 인플레이션, 금융 불안정으로 인한 경제적 불평등 심화는 각국 국내 정치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생활고에 시달리는 대중은 기존 정치 시스템에 대한 불만을 터뜨리고, 이는 포퓰리즘의 득세와 민주주의 제도의 위기로 이어집니다. 브렉시트, 트럼프 현상, 그리고 유럽 각국의 극우 정당 부상은 모두 이러한 지구적 무질서가 낳은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저자는 민주주의 국가들이 에너지 안보와 경제 안정을 시민들에게 제공하지 못할 때, 그 정당성이 얼마나 쉽게 흔들릴 수 있는지를 경고합니다. 결국 국제적인 지정학과 금융의 문제가 우리 각자의 삶과 민주주의의 미래에 직결되어 있음을 『질서 없음』은 명확하게 보여줍니다.
전문가들이 『질서 없음』을 극찬하는 이유
이 책이 던지는 통찰의 깊이는 수많은 전문가들의 찬사로 증명됩니다. 정혜승 대표는 “지금 이 시점 더욱 의미 있게 다가오는 책”이라고 추천하며, 역사는 그대로 반복되지 않지만 그 운율은 분명 반복된다는 점을 상기시켰습니다. 『질서 없음』은 바로 그 반복되는 ‘운율’을 읽어낼 수 있는 눈을 뜨게 해주는 책입니다.
세계적인 역사학자이자 <대격변>의 저자인 애덤 투즈 컬럼비아대학교 교수는 “에너지, 경제, 정치의 역사를 능란하게 직조해 현대사의 깊이를 복원한 수작이다”라고 극찬했습니다. 그의 평가처럼, 이 책은 단편적인 사건들을 나열하는 대신, 거대한 역사의 직물을 짜 내려가듯 각 요소들을 유기적으로 연결하여 현대사를 입체적으로 복원해냅니다.
결론: 혼돈 속에서 질서를 발견하는 통찰의 힘
『질서 없음』은 단순히 비관적인 미래를 예측하는 책이 아닙니다. 오히려 우리를 둘러싼 혼돈의 본질을 이해하고, 그 속에서 길을 잃지 않도록 돕는 견고한 나침반과도 같습니다. 왜 세계는 이토록 불안정해졌는가? 앞으로 우리는 어떤 미래를 마주하게 될 것인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고 있다면, 헬렌 톰슨의 깊이 있는 분석이 명쾌한 해답을 제시할 것입니다.
모든 것이 연결된 시대, 파편적인 뉴스를 넘어 세상을 움직이는 거대한 질서를 통찰하는 힘을 기르고 싶다면, 『질서 없음』은 단연코 최고의 선택이 될 것입니다. 이 책을 통해 복잡한 세계를 읽어내는 단단한 지적 체력을 기르고, 다가올 미래를 준비하는 지혜를 얻으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