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한 권의 책, 『모 이야기 2』
바쁘고 지친 일상 속에서 잠시 멈춰 숨을 고를 시간이 필요할 때, 여러분은 무엇을 찾으시나요? 저는 향긋한 차 한 잔, 잔잔한 음악, 그리고 마음을 어루만지는 좋은 책 한 권에서 위로를 얻곤 합니다. 최근 도서관에서 우연히 발견한 한 권의 책이 바로 그런 존재가 되어주었습니다. 바로 2025년 무려 5개의 권위 있는 아동문학상을 휩쓸며 화제가 된 최연주 작가의 어른 그림책 『모 이야기 2』입니다. 전편의 가을 모험에 이어, 이번에는 싱그러운 여름의 모험 이야기로 돌아왔습니다. 책장을 넘기는 순간, 복잡했던 마음이 차분해지고 입가에 저절로 미소가 번지는 경험, 이 책은 지친 어른들에게 선물하는 따뜻한 힐링 동화입니다.
여름의 모험, 심부름길에 오른 꼬마 ‘모’
이야기는 무더운 어느 여름날 시작됩니다. 주인공 ‘모’와 형제들은 장 보러 가신 엄마가 시원한 아이스크림을 사 오시길 손꼽아 기다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엄마는 할아버지 댁에 다녀와야 할 급한 심부름이 생겼다고 말씀하시죠. 밖에 나가고 싶어 좀이 쑤셨던 모는 씩씩하게 혼자 다녀오겠다고 나섭니다. 모의 임무는 동네의 고장 난 선풍기를 고치시는 할아버지께 ‘별 모양 나사’를 가져다드리는 것입니다.
하지만 모에게 심부름의 목적보다 더 중요한 것은 집 밖으로 나와 마주한 세상 그 자체입니다. 숲에 들어서는 순간 느껴지는 상쾌한 바람, 지저귀는 새소리, 반짝이는 나뭇잎 사이로 쏟아지는 햇살에 모는 금세 마음이 들뜹니다. 엄마가 그려준 지도는 뒷전이고, 눈앞에 펼쳐진 자연의 아름다움에 흠뻑 빠져듭니다. 이 모습은 마치 목표만을 향해 달려가느라 과정의 소소한 행복을 잊고 사는 우리 어른들의 모습을 돌아보게 합니다. 모의 순수한 시선을 따라가다 보면, 잠시 잊고 있던 일상의 반짝이는 순간들을 다시금 발견하게 됩니다.
예상치 못한 만남과 시련: 인생의 축소판
할아버지 댁으로 가는 길은 결코 순탄치 않습니다. 지도를 봐도 길을 찾기 어려워진 모는 공예가인 곰 아저씨를 찾아갑니다. 곰 아저씨는 벼락을 맞아 쓰러진 나무 때문에 강을 건너야 한다는 소식과 함께, 부서진 촛대와 낙엽 패치워크로 만든 멋진 돛단배를 뚝딱 만들어줍니다. 작가의 기발한 상상력이 돋보이는 이 장면은,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도움의 손길과 예상치 못한 해결책이 나타날 수 있다는 희망을 보여줍니다. 잔잔한 강물 위에서 꾸벅꾸벅 조는 모의 모습은 평화 그 자체이며, 보는 이의 마음마저 편안하게 만듭니다.
강을 건너 도착한 여름 섬에서 친구들과 물놀이를 즐기는 행복한 시간도 잠시, 모에게 시련이 닥칩니다. 엄마가 그려준 소중한 지도가 그만 물에 젖어 형체를 알아볼 수 없게 된 것입니다. 막막함에 빠진 모의 여정은 계속됩니다. 특히 숲속에서 만난 ‘책에 푹 빠지는 게 소원’이라는 그림책 작가 원숭이와의 만남은 매우 인상적입니다. 사람들의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는 압박감, 모르는 것을 들킬까 봐 두려워하는 원숭이의 모습은 사회적 가면을 쓰고 살아가는 현대인의 고뇌를 투영합니다. 책을 읽기만 하면 잠이 쏟아진다는 원숭이의 인간적인 고백은 독자들에게 큰 공감과 함께 따뜻한 웃음을 선사합니다.
작가의 기발한 상상력과 삶을 향한 따뜻한 시선
『모 이야기 2』의 또 다른 매력은 바로 작가의 기발한 아이디어가 담긴 발명품들입니다. 이 발명품들은 단순히 재미를 넘어, 삶의 작은 불편함에 대한 애정 어린 관심에서 비롯되었습니다.
- 물이 나오는 괘종시계: 정해진 시간마다 물이 나와 물 마시는 것을 깜빡하는 사람들을 위한 시계입니다. 건강을 챙겨주는 다정한 발명품이죠.
- 음악이 나오는 드라이기: 머리를 말리는 지루한 시간을 즐거운 음악과 함께할 수 있도록 만들어줍니다. 일상의 작은 순간도 즐거움으로 채우려는 긍정적인 마음이 엿보입니다.
- 설거지용 효자손: 설거지할 때면 꼭 등이 가려워지는 미스터리한 순간을 위한 맞춤형 발명품입니다. 이토록 사소하고 개인적인 경험에 공감하고 해결책을 제시하는 작가의 위트에 감탄하게 됩니다.
이러한 발명품들은 ‘어떻게 하면 우리의 삶을 조금 더 즐겁고 편리하게 만들 수 있을까?’ 하는 작가의 따뜻한 고민이 담겨있어, 책을 읽는 내내 마음이 훈훈해집니다.
우리 인생을 닮은 모의 여정, 포기하지 않는 마음
결국 모는 섬에 오래 살아온 거북이 할머니의 도움으로 할아버지 댁 근처까지 도착하지만, 마지막 관문인 늪에 빠지고 맙니다. 과연 모는 무사히 별 모양 나사를 전달할 수 있었을까요?
모의 여정을 따라가다 보면, 우리의 인생이 하나의 거대한 심부름이자 모험과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눈부시게 행복한 순간이 있는가 하면, 그에 비례하는 슬프고 막막한 순간도 찾아옵니다. 성공을 바로 눈앞에 두고 늪에 빠지는 것처럼 예기치 않은 불행이 닥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 어른 그림책 『모 이야기 2』가 우리에게 전하는 가장 중요한 메시지는 바로 ‘포기하지 않는 마음’입니다.
젖은 지도를 들고서도, 늪에 빠져서도 끝까지 심부름을 완수하려는 모의 모습은 우리에게 큰 울림을 줍니다. 비록 길을 잃고 예상보다 오래 걸릴지라도, 포기하지 않고 나아간다면 결국 우리가 원하는 삶의 목적지에 한 걸음 더 가까워질 수 있다는 용기를 북돋아 줍니다. 사랑스러운 그림체 덕분에 책장을 넘기는 모든 순간이 힐링이었던 어른 동화책 『모 이야기 2』. 지친 일상 속 작은 위로와 미소가 필요한 분들이라면, 이 책을 발견하는 순간 보물을 찾은 듯한 기쁨을 느끼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