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도 하기 전에 터진 폭탄, 위기의 롯데 자이언츠
대만에서 새 시즌을 위한 담금질에 한창이어야 할 롯데 자이언츠가 예상치 못한 암초를 만났습니다. 시즌 시작도 전에 터진 도박 스캔들은 팀 전체를 뒤흔들고 있습니다. 스캔들의 중심에 선 나승엽, 고승민 등 주축 선수 4명의 공백은 당장 눈앞에 닥친 현실입니다. FA 시장에서 이렇다 할 보강 없이 조용한 겨울을 보냈던 롯데에게는 그야말로 ‘설상가상’의 상황입니다. 많은 야구 전문가와 언론은 이미 롯데를 가을야구 탈락 후보로 분류하고 있습니다. 과연 롯데는 이 위기를 극복하고 반등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까요? 아니면 또다시 기나긴 암흑기의 터널로 들어서게 될까요?
롯데의 마지막 가을야구는 2017년, 한국시리즈는 무려 1999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21세기에 들어 롯데 팬들은 환호보다 좌절에 더 익숙해졌습니다. 제리 로이스터 감독 시절 ‘두려움 없는 야구’를 앞세워 3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며 잠시 부흥기를 맞는 듯했지만, 번번이 준플레이오프의 문턱을 넘지 못했습니다. 이후 양승호 감독 시절 2년간의 가을야구를 제외하면, 롯데는 하위권을 맴도는 것이 익숙한 팀이 되었습니다.
과거의 실패: 거액 투자도 소용없었다
물론 구단이 노력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3년 전, 롯데는 FA 시장에 공격적으로 뛰어들었습니다. 포수 유강남(80억 원), 내야수 노진혁(50억 원), 투수 한현희(40억 원)를 영입하며 총 170억 원이라는 거액을 쏟아부었습니다. 팬들의 기대감은 최고조에 달했지만, 결과는 모두가 알다시피 참담했습니다. 거액의 FA 영입 효과는 미미했고, 팀 성적은 제자리걸음을 반복했습니다. 올해로 계약 마지막 해를 맞은 유강남은 그 어느 때보다 베테랑으로서의 역할이 중요해졌지만, 팀 분위기는 최악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반복되는 부진, 근본적인 원인은 무엇인가?
오랫동안 성적이 부진한 학생에게 여러 원인이 있듯, 롯데의 만년 약체 전락에도 복합적인 이유가 존재합니다. 프런트의 장기적인 비전 부재, 잦은 감독 교체로 인한 리더십의 한계 등 외부적인 요인도 분명 존재합니다. 하지만 더 깊이 파고들면,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선수단 내부에 있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태연자약한 선수들, 부족한 경쟁력
수십 년간 팀이 부진의 늪에서 허덕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선수단 전체에 퍼진 ‘태연자약(泰然自若)’한 분위기가 가장 큰 문제로 꼽힙니다. 승리에 대한 절실함, 패배에 대한 분함이 부족하다는 것입니다. 우승 청부사로 불리는 김태형 감독이 부임한 이후에도 지난 2년간 롯데는 7위에 머물렀습니다. 물론 감독의 판단 착오도 있었겠지만, 보다 근본적인 원인은 선수들의 역량 부족에 있습니다.
냉정하게 말해, 다른 우승 경쟁팀이라면 1군 엔트리 진입조차 버거울 실력의 선수들이 롯데에서는 버젓이 주전 자리를 꿰차고 있는 경우도 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이는 팀 내 건강한 경쟁 구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방증이며, 선수들의 안일함을 키우는 원인이 됩니다. KIA의 김도영, 삼성의 김영웅과 같은 어린 선수들이 리그를 대표하는 스타로 성장하는 동안, 롯데의 젊은 선수들은 기대만큼의 성장세를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이러한 상황이 반복되면서 팀의 체질은 점점 약해져만 갔습니다.
위기인가, 기회인가: 김태형의 ‘전화위복’
‘호사다마(好事多魔)’라는 말이 있습니다. 좋은 일에는 나쁜 일이 끼어들기 쉽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그 반대인 ‘전화위복(轉禍爲福)’이라는 말도 있습니다. 화가 오히려 복이 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현재 롯데가 마주한 도박 스캔들은 분명 끔찍한 ‘화’입니다. 하지만 김태형 감독에게는 이 절체절명의 위기가 팀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는 ‘전화위복’의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당장 나승엽과 고승민의 이탈은 뼈아픕니다. 그러나 이들의 공백이 ‘대체 불가’ 수준은 아닐 것입니다. 멀티 포지션이 가능한 내야수 한태양이 있고, 3루 수비가 가능한 손호영도 있습니다. 한동희의 군 입대로 외야 수비를 준비하던 손호영은 다시 3루로 돌아가 기회를 잡을 수 있습니다. 오히려 이번 사태로 인해 나머지 선수들은 엄청난 충격과 함께 정신적으로 재무장하는 계기를 맞았을 것입니다. ‘나 하나쯤이야’라는 안일한 생각은 사라지고, 팀 전체에 건강한 긴장감이 형성될 수 있습니다.
김태형 감독은 선수단 장악 능력이 뛰어난 리더입니다. 이번 스캔들은 그에게 선수단의 기강을 바로잡고, 안일함과 패배 의식을 뿌리 뽑을 수 있는 강력한 명분을 제공합니다. 실력과 노력이 부족한 선수는 누구든 예외 없이 도태될 수 있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팀 전체에 각인시킬 절호의 기회입니다. 위기를 통해 옥석을 가리고, 진정으로 승리를 갈망하는 선수들로 팀을 재편한다면, 롯데는 이전보다 훨씬 단단한 팀으로 거듭날 수 있습니다. 롯데 팬들은 이제 그라운드에서 펼쳐질 김태형의 전화위복 드라마를 기대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