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의 흥행 공식, ‘용병’에 살고 ‘용병’에 죽는다
‘현실 자각 타임’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때로는 냉정하게 현실을 받아들여야 할 때가 온다는 의미입니다. 한국 프로야구 KBO리그에서 이 말은 ‘외국인 선수’의 중요성과 직결됩니다. 팀의 한 해 농사는 외국인 선수, 특히 투수 영입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 명제는 지난 시즌 한화 이글스의 극적인 변화를 통해 다시 한번 증명되었습니다.
2024년, 한화의 외국인 투수들은 도합 16승을 거두는 데 그쳤습니다. 그해 한화는 66승 76패 2무로 리그 8위에 머물렀습니다. 하지만 작년, 펠릭스 폰세와 리카르도 와이스라는 강력한 원투펀치를 영입한 후 모든 것이 달라졌습니다. 이 두 선수는 무려 33승을 합작하며 KBO리그를 지배했고, 팀은 83승 57패 4무라는 놀라운 성적으로 2위로 수직 상승했습니다. 단 1년 만에 17승을 더했고, 순위는 8위에서 2위로 뛰어올랐습니다. 이 17승의 차이, 그것이 바로 리그 최상급 외국인 투수의 가치입니다. 이처럼 외국인 선수의 활약은 팀 성적을 좌우하는 절대적인 변수이며, 모든 구단이 사활을 걸고 최고의 선수를 찾는 이유입니다.
롯데의 승부수, 아시아쿼터와 ‘쿄야마 마사야’
이러한 리그의 흐름 속에서 롯데 자이언츠는 FA 시장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대신, 기존 외국인 투수 엘빈 로드리게스와 제러미 비슬리 듀오에 대한 강한 신뢰를 보였습니다. 그리고 여기에 또 하나의 비장의 카드를 추가했습니다. 바로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된 아시아쿼터 제도를 통해 영입한 일본인 투수, 쿄야마 마사야(28)입니다.
아시아쿼터 제도는 KBO리그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있습니다. 각 구단은 일본, 대만 등 아시아 국적의 선수들을 추가로 영입하며 전력 보강의 새로운 길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2026시즌 아시아쿼터 선수 현황만 봐도 리그의 뜨거운 관심을 엿볼 수 있습니다.
2026 프로야구 아시아쿼터 선수 현황
- LG: 라클란 웰스 (호주, 투수)
- 한화: 왕옌청 (대만, 투수)
- SSG: 다케다 쇼타 (일본, 투수)
- 삼성: 미야지 유라 (일본, 투수)
- NC: 도다 나쓰키 (일본, 투수)
- kt: 스기모토 고우키 (일본, 투수)
- 롯데: 쿄야마 마사야 (일본, 투수)
- KIA: 제리드 데일 (호주, 내야수)
- 두산: 다무라 이치로 (일본, 투수)
- 키움: 가나쿠보 유토 (일본, 투수)
이러한 흐름 속에서 롯데가 선택한 쿄야마 마사야는 당초 5선발 후보 혹은 롱릴리프로 분류되었습니다. 김태형 감독 역시 출국 인터뷰에서 그를 5선발 경쟁 자원으로 언급했습니다. 하지만 스프링캠프에서 베일을 벗은 그의 투구는 모든 예상을 뛰어넘고 있습니다. 단순한 5선발 후보가 아닌, 즉시 전력감이자 토종 선발진의 판도를 뒤흔들 ‘게임 체인저’로 급부상하고 있습니다.
예상을 뒤엎는 강력함, 롯데 3선발 쿄야마
쿄야마 마사야는 일본 프로야구(NPB) 요코하마 DeNA 베이스타스에서 9시즌 동안 1000이닝 이상을 소화한 베테랑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996년생, 만 28세라는 젊은 나이는 큰 장점입니다. 그의 가장 큰 무기는 단연 최고 시속 155km에 달하는 묵직한 강속구입니다. 하지만 그를 단순한 파이어볼러로 평가해서는 안 됩니다.
롯데 스카우팅 리포트는 그를 “간결하고 부드러운 투구 자세를 갖췄으며, 직구의 회전력과 변화구 궤적을 바탕으로 안정적인 경기 운영이 가능한 유형”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실제 그의 투구는 이 평가가 정확했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강력한 직구는 물론, 예리하게 떨어지는 커브와 포크볼은 타자들의 헛스윙을 유도하기에 충분했고, 무엇보다 안정적인 제구력으로 공을 원하는 곳에 정확히 꽂아 넣는 능력이 돋보였습니다.
여기에 주목할 점이 또 하나 있습니다. 바로 일본 투수 특유의 ‘이중 키킹’ 동작입니다. 투구 시 왼발을 들어 올리는 과정에서 순간적으로 멈칫하며 한 번 더 살짝 들어 올리는 이 동작은 타자들의 타이밍을 완벽하게 빼앗는 효과적인 무기입니다. NPB에서 다져진 노련한 경기 운영 능력과 강력한 구위, 타자의 타이밍을 뺏는 기술까지 갖춘 쿄야마는 기존의 롯데 토종 선발 투수들보다 한 수 위라는 평가가 지배적입니다.
선발진 재편, LG가 부럽지 않은 마운드를 향해
쿄야마의 등장은 롯데 마운드 전체에 긍정적인 나비효과를 불러일으킬 전망입니다. 최근 몇 년간 롯데의 마운드는 두 명의 외국인 투수와 함께 ‘안경 에이스’ 박세웅이 3선발을, 나균안이 4선발을 굳건히 지키는 구조였습니다. 하지만 리그 최상위권 팀들과 비교했을 때 3~5선발의 무게감이 다소 아쉬웠던 것이 사실입니다.
지난해 우승팀 LG 트윈스의 사례를 보면 토종 선발진의 중요성을 실감할 수 있습니다. LG는 임찬규, 손주영, 송승기라는 3~5선발 자원들이 나란히 11승과 3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습니다. 심지어 5선발이었던 송승기조차 올해 선발 자리를 장담하기 어려울 정도로 막강한 뎁스를 자랑합니다. 반면, 롯데는 박세웅이 11승을 거뒀지만 평균자책점이 4.93으로 높았고, 나균안은 3승에 그쳤습니다. 이 차이가 결국 정규시즌 순위 경쟁에서 큰 격차로 나타났습니다.
하지만 이제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강력한 ‘롯데 3선발 쿄야마’ 카드가 현실화된다면, 롯데는 로드리게스-비슬리-쿄야마로 이어지는 리그 정상급 1~3선발 라인업을 구축하게 됩니다. 이는 오랫동안 3선발의 중책을 맡아온 박세웅을 부담이 덜한 4선발로 이동시켜 안정감을 더해주고, 나균안은 이민석 등 젊은 투수들과 함께 5선발 자리를 놓고 건강한 경쟁을 펼치게 만듭니다. 선발진 전체의 깊이와 안정감이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화되는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쿄야마 마사야의 영입은 단순한 아시아쿼터 선수 영입 이상의 의미를 가집니다. 그는 롯데 마운드의 오랜 갈증이었던 ‘강력한 3선발’에 대한 명쾌한 해답이 될 수 있습니다. 그의 활약 여부에 따라 롯데 자이언츠가 올 시즌 가을야구를 넘어 더 높은 곳을 바라볼 수 있을지 결정될 것입니다. 롯데 3선발 쿄야마, 그의 어깨에 롯데 팬들의 기대가 모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