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약속의 계절, 그러나 기대와 불안이 교차하는 시선
KBO 리그의 심장, 광주를 연고로 하는 기아타이거즈의 주장 나성범이 다시 한번 반등을 향한 굳은 다짐을 밝혔습니다. 시즌 종료 직후부터 쉼 없이 달려온 그는 훈련 방식에 큰 변화를 주며 부상 없는 한 해를 보내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마쳤다고 전했습니다. 하지만 그의 자신감 넘치는 출사표에도 불구하고, 타이거즈 팬들의 마음은 복잡하기만 합니다. 오히려 “이번에는 정말 다를 것이다”, “완벽하게 준비했다”라는 말이 들려올수록 마음 한편에서는 불안감이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것이 솔직한 심정입니다. 기대해야 할 선수의 다짐이 어째서 팬들에게는 또 다른 걱정의 시작이 되어버린 것일까요? 그 이유는 지난 몇 년간 반복된 아쉬운 기억 속에 있습니다.
150억 원의 무게, 반복되는 부상 악몽
나성범은 2022시즌을 앞두고 기아타이거즈와 6년 총액 150억 원이라는 초대형 FA 계약을 체결하며 타이거즈 유니폼을 입었습니다. 리그를 대표하는 호타준족의 외야수이자 클러치 능력을 갖춘 그에게 팀이 건 기대는 단순한 중심 타자, 그 이상이었습니다. 팀의 구심점이 되어줄 리더이자, 해결사 역할을 맡아주길 바랐습니다.
기대에 부응했던 첫해, 그리고 시작된 부상

계약 첫해였던 2022년, 나성범은 144경기 전 경기에 출전하며 타율 0.320, 21홈런, 97타점을 기록하며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는 듯했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것이 그가 타이거즈에서 보낸 유일한 풀타임 시즌이었습니다. 이후 그는 고질적인 하체 부상에 시달리며 팬들의 애를 태웠습니다. 햄스트링과 종아리 근육 부상이 해마다 그의 발목을 잡았고, 팀이 가장 필요로 하는 중요한 순간마다 전력에서 이탈하는 장면이 반복되었습니다.
특히 지난해는 나성범 개인에게도, 팀과 팬들에게도 최악의 한 해로 기억됩니다. 시즌 초반부터 종아리 부상으로 전반기를 거의 통째로 날려버렸고, 복귀 후에도 좀처럼 타격감을 끌어올리지 못했습니다. 최종 성적은 82경기 출전, 타율 0.268, 10홈런, 36타점. 기아타이거즈 이적 이후 가장 저조한 성적표이자, 그의 이름값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기록이었습니다. 중심 타선의 한 축이 통째로 빠진 공백은 시즌 내내 팀의 발목을 잡는 가장 큰 아킬레스건이었습니다.
‘준비했다’는 약속, 왜 불안의 신호가 되었나?
문제는 이러한 부상과 부진의 흐름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나성범은 NC 다이노스 시절이던 2019년, 주루 플레이 도중 오른쪽 무릎 전방십자인대와 반월판이 파열되는 심각한 부상을 당했습니다. 성공적인 수술과 재활을 거쳐 복귀했지만, 이때부터 그는 커리어 내내 하체 부상이라는 시한폭탄을 안고 뛰는 것과 같았습니다. 이후에도 크고 작은 햄스트링과 종아리 부상이 반복되었고, 매 시즌을 앞두고 들려온 말은 비슷했습니다.
- “비시즌 동안 철저하게 관리했다.”
- “부상 방지를 최우선으로 두고 준비했다.”
- “올해는 정말 다를 것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 약속의 끝은 대부분 부상과 이탈로 귀결되었습니다. 팬들은 이미 여러 차례 같은 말을 들어왔고, 그 결과가 어떠했는지를 똑똑히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올 시즌을 앞두고 다시 들려온 ‘훈련 방식의 변화’, ‘완벽한 준비’라는 이야기가 희망보다는 불안감을 먼저 자극하는 것입니다.
필라테스와 새로운 접근, 이번에는 정말 다를까?
물론 나성범 자신도 이러한 팬들의 우려를 모를 리 없습니다. 그는 이번 시즌을 준비하며 이전과는 다른 접근법을 택했다고 밝혔습니다. 바로 ‘필라테스’를 훈련에 병행한 것입니다. 그는 필라테스를 통해 고질적인 문제였던 하체 밸런스를 잡고, 코어 근육을 강화하는 데 집중했습니다. 또한, 주루 과정에서 발생하는 신체의 과부하를 줄이기 위한 메커니즘 수정에도 공을 들였다고 합니다.
나성범은 인터뷰를 통해 “매년 부상 방지를 위해 최선을 다해 준비했지만 결과가 좋지 않았다. 그래서 이번에는 뭔가 다른 시도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솔직한 심정을 털어놓았습니다. 스스로 과거의 실패를 인정하고 새로운 돌파구를 찾으려 노력하는 모습은 분명 긍정적인 신호입니다. 하지만 팬들의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서는 말이나 노력이 아닌, 시즌 내내 건강한 모습으로 그라운드에 서 있는 ‘결과’로 증명해야만 합니다.
증명으로 보여줘야 할 가치, ‘먹튀’와 ‘반등’의 기로에 서다

나성범은 기아타이거즈에서 단순한 베테랑 선수가 아닙니다. 그는 팀의 주장이며, 150억 원이라는 거액의 연봉을 받는 핵심 전력입니다. 그의 성적 이전에, ‘얼마나 꾸준히 경기에 출전할 수 있느냐’가 팀 전력과 직결되는, 대체 불가능한 위치에 있습니다. 만약 올 시즌에도 비슷한 부상의 악순환이 반복된다면, 팬들의 비판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것이며 ‘먹튀’라는 냉정한 평가를 피하기 어려워질 것입니다.
반대로, 그가 부상 없이 시즌의 대부분을 소화하며 중심 타선에서 자신의 역할을 100% 해낸다면 어떻게 될까요? 그동안 쌓였던 모든 불안과 의심은 눈 녹듯 사라지고, 그는 다시 한번 타이거즈의 영웅으로 우뚝 설 수 있을 것입니다. 결국 관건은 준비의 양이나 방식이 아니라, 그 준비가 시즌 내내 건강한 몸으로 증명될 수 있느냐는 것입니다.
지금 팬들이 불안해하는 이유는 나성범을 믿지 못해서가 아닙니다. 오히려 너무나도 간절히 그의 부활을 바라고, 너무 오랫동안 그의 건강한 시즌을 기다려왔기 때문입니다. 올 시즌만큼은 나성범의 “준비했다”는 말이 더 이상 불안의 전주곡이 아니라, 화려한 반등을 알리는 희망의 서곡이 되기를 모든 기아타이거즈 팬들은 간절히 바라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