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허리 통증, 범인은 ‘잠자는 장요근’일 수 있습니다
오늘 몇 시간이나 앉아 계셨나요? 출근해서 책상에 앉고, 점심 먹고 다시 앉고, 저녁에 집에 돌아와 소파에 앉는 시간까지. 모두 더해보면 아마 생각보다 훨씬 긴 시간에 놀라실 겁니다. 2025년 매사추세츠 종합병원 연구에 따르면, 하루 10.6시간 이상 앉아 있는 생활은 심혈관 질환 위험을 급격히 높인다고 합니다. 현대인의 평균 좌식 시간이 9.4시간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출퇴근 시간만 더해도 이 위험 수치는 금방 넘어섭니다.
저녁에 열심히 운동한다고 해서 이 위험이 완전히 상쇄되지 않는다는 점이 더 큰 문제입니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따로 있습니다. 바로 우리가 앉아 있는 동안, 골반 깊숙한 곳에 있는 장요근(Iliopsoas)이 계속 짧아진 상태로 유지된다는 것입니다. 문제는 우리 뇌가 이 짧아진 상태를 ‘정상’으로 학습해버린다는 데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엉덩이 근육(대둔근)으로 가는 신경 신호가 점점 약해집니다. 의학적으로는 이를 ‘상호 억제(Reciprocal Inhibition)’라고 부릅니다. 쉽게 말해, 장요근이 과도하게 긴장하면 반대편 근육인 엉덩이 근육은 힘을 쓰는 법을 잊어버리는 현상입니다. 뇌가 엉덩이 근육 사용법을 까먹는 것이죠. 근육이 사라진 게 아니라, 그냥 ‘꺼져’ 있는 상태가 되는 겁니다. 이 글에서는 왜 당신의 장요근이 잠들어 있는지, 그리고 오늘부터 당장 이 중요한 근육을 깨울 수 있는 4단계 솔루션을 자세히 알려드리겠습니다.
왜 장요근 스트레칭만으로는 부족할까요?
많은 분들이 허리가 아프면 장요근 스트레칭을 먼저 떠올립니다. 하지만 기능이 꺼진 근육을 무작정 늘리기만 하면 문제는 더 복잡해집니다. 스트레칭만 했을 때 흔히 나타나는 3가지 현상은 다음과 같습니다.
- 허리 과신전 증가: 장요근이 제 기능을 못 해 고관절을 제대로 굽히지 못하면, 우리 몸은 허리를 과도하게 꺾어서 보상하려고 합니다. 스트레칭으로 장요근을 더 불안정하게 만들면 이 현상은 심해질 수 있습니다.
- 대둔근 활성 저하 지속: 위에서 언급한 ‘상호 억제’ 현상 때문에 엉덩이 근육은 계속 기능적으로 침묵합니다. 장요근을 깨우지 않고 스트레칭만 하는 것은 스위치가 꺼진 전구에 계속 전기를 흘려보내는 것과 같습니다.
- 고관절 굴곡 패턴 붕괴: 장요근이 일을 안 하니, 주변 근육인 대퇴직근(허벅지 앞쪽)이나 대퇴근막장근(TFL, 허벅지 옆쪽)이 그 일을 대신하게 됩니다. 이 근육들이 과도하게 긴장하면서 고관절의 정상적인 움직임 패턴이 완전히 무너집니다.
결국 이 모든 것이 연쇄 반응을 일으켜 만성적인 허리 통증, 골반의 전방 밀림(Anterior Shear), 비효율적인 움직임 패턴 고착화로 이어집니다. 지금 이 글을 읽는 순간에도 당신의 장요근은 계속 잠들고 있을지 모릅니다.
내 장요근은 안녕할까? 2가지 자가 진단 테스트
운동을 시작하기 전에, 먼저 내 장요근의 기능 상태를 확인해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집에서 간단히 해볼 수 있는 두 가지 테스트를 소개합니다.
테스트 1: 의자에 앉아 90° 고관절 굴곡 유지하기

- 의자에 허리를 펴고 바르게 앉습니다.
- 한쪽 다리를 들어 올려 무릎이 90°가 되도록 합니다.
- 이 자세를 15초간 유지해봅니다.
체크 포인트: 다리를 드는 동안 상체가 옆으로 기울어지거나, 15초를 버티기 어렵거나, 허벅지 앞쪽이나 옆쪽에 과도한 힘이 들어간다면 장요근의 조절 능력이 저하된 상태입니다.
테스트 2: 벽에 기대서 고관절 움직이기
- 벽에 등과 엉덩이를 완전히 붙이고 섭니다.
- 허리 뒤에 손이 겨우 들어갈 정도의 중립 상태를 유지합니다.
- 이 상태를 유지하면서 한쪽 무릎을 가슴 쪽으로 천천히 들어 올립니다.
체크 포인트: 다리를 올릴 때 허리가 동그랗게 말리거나, 엉덩이가 벽에서 떨어진다면 장요근이 아닌 허리를 이용해 다리를 들고 있다는 신호입니다. 이는 기능 소실을 강력히 의심할 수 있는 증거입니다.
만약 이 두 가지 평가에서 몸이 흔들리거나 자세 유지가 어려웠다면, 당신에게 필요한 것은 스트레칭이 아니라 ‘장요근 활성화’ 운동입니다.
잠자는 장요근을 깨우는 4단계 활성화 운동법
아래 운동들은 모두 요추 중립(허리 고정)과 복횡근의 기본 활성화를 전제로 합니다. 즉, 배에 가볍게 힘을 주어 몸통을 단단하게 만든 상태에서 진행해야 합니다. 이 원칙을 지키면 허리 부담 없이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장요근을 깨울 수 있습니다.
1단계: 누워서 고관절 굴곡 + 등척성 저항
가장 초기 단계에서 안전하게 장요근과 코어의 연결을 재학습시키는 운동입니다.
- 방법: 바닥에 편안하게 눕습니다. 한쪽 무릎을 90도로 굽혀 들어 올립니다. 같은 쪽 손으로 무릎 위를 지그시 누르면서, 다리는 그 힘에 저항하여 자세를 유지합니다. ‘다리를 든다’기보다 ‘고관절을 몸통 쪽으로 끌어당긴다’는 느낌에 집중하세요.
- 핵심: 10초간 버티는 동안 허리가 바닥에서 뜨지 않도록 복부에 계속 힘을 주어야 합니다. 3세트 반복합니다.
- 목표: 장요근의 등척성 수축(길이 변화 없이 힘을 쓰는 능력) 능력을 회복하고, 코어와의 협응 패턴을 다시 학습시킵니다.
2단계: 앉아서 90° 고관절 굴곡 유지
자가 진단 테스트를 운동으로 전환하여 장요근의 지구력을 키우는 단계입니다.
- 방법: 의자에 허리를 펴고 앉아 한쪽 다리를 90도로 들어 올립니다. 손의 도움 없이 순수하게 다리 힘으로만 버팁니다.
- 핵심: 몸이 옆으로 기울어지거나 허벅지 옆(TFL)이 딱딱해진다면 장요근 대신 다른 근육이 개입했다는 신호입니다. 처음에는 5초부터 시작해 점차 15초까지 시간을 늘려보세요. 3세트 반복합니다.
- 목표: 우리가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좌식 자세에서도 장요근이 능동적으로 기능할 수 있는 지구력을 키웁니다.
3단계: 밴드 고관절 굴곡
탄력 밴드의 저항을 이용해 장요근의 능동적인 수축력을 본격적으로 강화합니다.
- 방법: 발목에 탄력 밴드를 걸고 바로 섭니다. 복부-골반-요추가 한 덩어리처럼 고정된 상태를 유지하며, 천천히 한쪽 무릎을 90도까지 끌어올립니다.
- 핵심: 다리를 올릴 때 허리가 꺾이거나 골반이 앞으로 쏠리지 않도록 복부의 긴장을 절대 놓치면 안 됩니다. 12회씩 3세트 반복합니다.
- 목표: 장요근의 능동 수축력을 강화하고, 걷거나 계단을 오르는 등 일상 동작에서의 고관절 굴곡 패턴을 정상화합니다.
4단계: 고관절 굴곡 신장성 조절 (Eccentric Control)

장요근을 ‘강하게’ 깨우는 가장 효과적인 고급 단계입니다. 근육이 늘어나면서 힘을 쓰는 능력을 키웁니다.
- 방법: 선 자세나 누운 자세에서 한쪽 다리를 들어 올립니다. 그 다음, 3~5초에 걸쳐 아주 천천히 다리를 시작 자세로 내립니다. 중력을 통제하며 저항하는 느낌이 중요합니다.
- 핵심: 다리를 내리는 동안 허리가 말리거나 골반이 통제 불능 상태가 되지 않는지 반드시 체크해야 합니다. 조절력이 부족한 상태에서 시도하면 부상 위험이 있으니 앞선 단계를 충분히 마스터한 후 진행하세요. 8회씩 3세트 반복합니다.
- 목표: 장요근의 신장성 수축 조절 능력을 완성하여, 모든 움직임 범위에서 고관절의 안정성을 확보합니다.
결론: 늘리기보다 ‘기능 회복’이 먼저입니다.
만성적인 허리 통증과 불편한 고관절의 핵심은 장요근이 약해서가 아니라 ‘꺼져’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무작정 스트레칭을 하기보다 [평가 → 활성화 → 협응 → 통합]의 순서로 접근해야 합니다. 내 몸의 상태를 정확히 평가하고, 꺼져 있는 장요근의 스위치를 켠 다음(활성화), 코어와 함께 일하도록 가르치고(협응), 마지막으로 일상 움직임에 통합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이 순서가 바로 현대인의 무너진 고관절 기능을 되살리는 가장 실질적이고 안전한 접근법입니다. 오늘 알려드린 4단계 운동을 통해 잠들어 있던 장요근을 깨워 건강한 허리와 고관절을 되찾으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