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론: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각기 다른 인생을 살아온 우리지만, 공통적으로 느끼는 진리가 하나 있습니다. 바로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특히 나이가 들수록 자신의 경험과 생각이 옳다는 확신은 더욱 단단해지곤 합니다. 이는 KBO 리그 최고령 사령탑, 한화 이글스의 김경문 감독에게도 예외는 아닌 듯합니다. 2025시즌, 팬들의 속을 뒤집어 놓았던 그의 ‘믿음야구’. 과연 2026시즌에도 이 ‘믿음’이라는 이름의 고집은 계속될까요? 그리고 그 결과 한화 이글스가 마주할 현실적인 순위는 어디쯤일까요?
2025년: 영광과 아쉬움의 공존
2025년은 2006년 이후 한화 이글스에게 최고의 시즌이었습니다. 정규리그 2위(83승 4무 57패, 승률 0.593)라는 괄목할 만한 성적을 거두며 한국시리즈에 진출, 우승이라는 달콤한 꿈을 꾸었습니다. 2024년 시즌 중반 부임하여 무너져가던 팀을 빠르게 수습하고 단숨에 우승 경쟁권으로 끌어올린 김경문 감독의 공을 부정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입니다. 평균자책점 1위(3.55)를 기록한 마운드의 힘은 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영광 뒤에 가려진 그림자

하지만 동시에 많은 팬들은 ‘김경문 감독 때문에 우승을 놓쳤다’고 말합니다. 영광의 이면에는 짙은 아쉬움이 존재했기 때문입니다. 극도로 좁은 선수 활용 폭과 좀처럼 꺾이지 않는 그의 고집이 한화가 마지막 한 걸음을 내딛지 못하게 한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됩니다.
몇 가지 대표적인 사례는 다음과 같습니다.
- 노시환의 무조건적인 4번 타자 기용: 팀의 간판타자이지만, 극심한 부진에 빠졌을 때도 변화 없이 4번 자리를 고수하며 공격의 흐름을 끊는 경우가 잦았습니다.
- 부진한 베테랑을 향한 끝없는 믿음: 슬럼프가 길어졌던 안치홍과 불펜의 핵이었지만 흔들렸던 엄상백을 향한 믿음은 너무 오래 지속되었습니다.
- 포스트시즌 김서현 등판: 가장 중요했던 한국시리즈에서 경험이 부족하고 시즌 내내 기복을 보였던 젊은 투수 김서현을 결정적인 순간에 기용한 것은 많은 팬들에게 이해할 수 없는 선택으로 남았습니다.
결국, 팀을 2위로 이끈 것도 김경문 감독이지만, 팀이 2위에 머무르게 한 것 또한 김경문 감독이라는 아이러니한 평가가 지배적이었습니다.
‘믿음’이라는 이름의 ‘고집’이 낳은 결과
특정 선수만을 기용하는 ‘믿음야구’의 가장 큰 문제는 단순히 기회를 받지 못하는 선수들의 좌절감에서 그치지 않습니다. 주전 선수들의 체력과 컨디션이 한계에 부딪힌다는 치명적인 결과를 낳습니다. 특히 2025시즌 후반기 한화의 불펜진은 이 문제점을 명확하게 보여주었습니다.
김종수를 제외한 대부분의 핵심 불펜 투수들이 전반기에 비해 후반기 성적이 급격히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김서현(ERA +4.13), 박상원(ERA +3.17), 조동욱(ERA +2.83), 주현상(ERA +0.89) 등 대부분의 투수들이 평균자책점과 피안타율이 동시에 치솟았습니다. 이는 특정 선수들에게 과부하가 걸렸다는 명백한 증거입니다.
물론 다른 팀에도 많은 이닝을 소화한 투수들은 존재합니다. 하지만 결정적인 차이가 있습니다. 그들은 많은 이닝을 소화하면서도 좋은 성적을 유지했지만, 한화의 불펜진은 모두가 흔들리는 상황에서도 새로운 대안을 찾지 않고 기존 선수들을 계속 투입하는 악순환이 반복되었습니다. 결국 선수들은 부담감 속에서 더욱 흔들리는 결과를 낳았고, 이는 한화가 1군에 등록하여 활용한 투수 숫자가 SSG에 이어 리그에서 두 번째로 적었다는 데이터로 증명됩니다.
2026시즌 전망: 불안과 기대 사이
격동의 2025시즌을 마친 한화 이글스는 새로운 시즌을 앞두고 전력에 변화를 주었습니다.
- IN: 강백호(FA), 페라자/윌켈/화이트/왕옌청(외국인 선수), 오재원/강건우 등(신인)
- OUT: 폰세/와이스/리베라토(외국인 선수), 한승혁(FA 보상선수), 안치홍/이태양(2차 드래프트)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단연 FA 시장에서 영입한 강백호입니다. 그의 합류는 한화 타선에 엄청난 무게감을 더해줄 것으로 기대됩니다. 하지만 불안 요소도 명확합니다. 우선, 리그 최다 이닝 2, 3위를 기록하며 마운드를 든든히 지탱했던 폰세와 와이스의 공백을 새로운 외국인 투수 윌켈과 화이트가 메워줄 수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더 큰 문제는 불펜진의 전력 누수입니다. 2025시즌 64이닝을 책임졌던 한승혁이 FA 보상선수로 KT 위즈로 이적했고, 퓨처스리그에서 좋은 모습을 보였던 이태양마저 2차 드래프트로 팀을 떠났습니다. 즉각적인 전력 보강이 없는 상황에서 기존 선수들이 이들의 공백을 나눠 메워야 합니다.
결론: 한화의 현실적인 순위는?

종합적으로 볼 때, 한화 이글스의 2026시즌은 기대와 우려가 공존합니다. 강백호의 영입으로 타선의 파괴력은 분명 강해졌습니다. 하지만 외국인 투수라는 가장 큰 변수와 함께, 전력 누수가 발생한 불펜진을 지난해와 같은 ‘믿음야구’로 운영한다면 2025년 후반기의 악몽이 재현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김경문 감독이 자신의 스타일을 고수할 것인가, 아니면 지난 시즌의 교훈을 바탕으로 유연한 선수 기용을 보여줄 것인가에 팀의 운명이 달려있습니다.
팬들이 꿈꾸는 우승은 여전히 가능성이 있지만, 현실적으로는 5강 싸움, 즉 가을야구 진출을 위한 치열한 경쟁을 펼칠 것으로 예상됩니다. 과연 김경문 감독의 믿음야구는 2026년 한화 이글스를 더 높은 곳으로 이끄는 ‘희망’이 될까요, 아니면 발목을 잡는 ‘족쇄’가 될까요? 그 결과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