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주식으로 돈 좀 버셨어요?”
어느 날 오후, 수업이 끝나고 교실을 정리하던 제게 한 학생이 맑은 눈으로 다가와 물었습니다. “선생님, 혹시 주식 하세요? 주식으로 돈 좀 버셨어요?” 순간 머리가 띵해졌습니다. 아이의 질문에는 어떤 악의도 없는 순수한 호기심만 가득했지만, 그 질문은 지난 몇 년간의 제 모습을 정통으로 꿰뚫는 날카로운 송곳처럼 느껴졌습니다. 교단에 서서 아이들에게 정직과 성실을 가르치는 교사. 하지만 퇴근 후에는 스마트폰 주식 앱의 빨간색과 파란색 숫자에 일희일비하던 ‘개미 투자자’. 오늘은 그 부끄럽고 솔직한 고백을 해보려 합니다.
안정적인 월급, 그러나 불안한 미래: 교사가 주식 시장에 뛰어든 이유

교사라는 직업은 분명 안정적입니다. 매달 정해진 날에 월급이 들어오고, 정년이 보장되죠. 하지만 그 안정성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저는 오히려 불안감을 느꼈습니다. 물가는 무섭게 오르는데 월급 인상률은 그를 따라가지 못했고, 천정부지로 솟은 집값은 평생 벌어도 닿을 수 없는 꿈처럼 보였습니다. “이 월급만으로는 아이들에게 더 나은 미래를 선물하기 어렵겠다”는 현실적인 고민이 제 어깨를 짓눌렀습니다.
때마침 대한민국은 주식 투자 열풍에 휩싸였습니다. 너도나도 ‘동학개미운동’에 동참했고, 주변에서는 주식으로 몇 달 만에 차를 바꿨다, 집을 샀다는 ‘성공 신화’들이 들려왔습니다. 저 역시 그 흐름에 휩쓸렸습니다. FOMO(Fear Of Missing Out), 즉 나만 뒤처지는 것 같은 두려움이 저를 주식 시장으로 이끌었습니다. 처음의 목표는 소박했습니다. 그저 저축보다 조금 더 나은 수익률로 노후를 준비하고, 경제적 자유를 얻어 아이들에게 더 많은 경험을 선물하고 싶다는 마음이었습니다. 그렇게 저는 생전 처음 증권사 앱을 설치하고, 제 월급의 일부를 ‘투자금’이라는 이름으로 시장에 던졌습니다.
초보 투자자의 좌충우돌 투자 일지: 이론과 실전의 거대한 괴리
투자를 시작하기 전, 나름의 공부를 했습니다. 유명 유튜버의 강의를 듣고, 베스트셀러 투자 서적을 탐독하며 나만의 투자 원칙을 세웠습니다. ‘우량주에 장기 투자하자’, ‘절대 감정적으로 매매하지 말자’, ‘분산 투자는 필수다’. 하지만 이론과 실전은 너무나도 달랐습니다.
뇌동매매와 FOMO의 덫

첫 투자는 운이 좋았습니다. 모두가 좋다고 말하는 대형 우량주에 투자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15%의 수익을 얻었습니다. 너무나도 쉽게 얻은 수익에 저는 오만해졌습니다. ‘이거 별거 아니네?’라는 생각과 함께 더 큰 수익에 대한 욕심이 생겨났습니다. 그때부터 원칙은 무너지기 시작했습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곧 급등할 종목’이라는 소문에 귀가 솔깃해졌고, 기업의 가치나 재무 상태는 보지도 않은 채 소위 ‘테마주’에 몰빵 투자를 감행했습니다. 결과는 처참했습니다. 제가 사면 귀신같이 주가가 떨어졌고, 제가 팔면 다시 오르는 ‘개미의 법칙’을 온몸으로 체험했습니다.
‘존버’는 정말 승리할까?
손실이 커지자 저는 ‘존버’라는 단어에 기댔습니다. ‘언젠가는 오르겠지’라는 막연한 희망을 품고 손절매 타이밍을 놓쳤습니다. 하루에도 수십 번씩 주식 앱을 들여다보며 파란색으로 물든 계좌를 볼 때마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습니다. 심지어 수업 시간에도 아이들 몰래 스마트폰으로 주가를 확인하는 제 자신을 발견하고는 깊은 자괴감에 빠지기도 했습니다. 손실은 -30%, -40%, -50%… 걷잡을 수 없이 불어났고, ‘존버’는 승리가 아니라 더 큰 손실을 확정하는 과정일 뿐이었습니다.
수익과 손실, 그 아찔한 줄타기의 기록
지난 몇 년간의 제 투자 여정은 한 편의 롤러코스터와 같았습니다. 짧은 기쁨과 긴 고통의 연속이었죠. 제 투자 기록을 간략하게 표로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 기간 | 투자 종목/방식 | 투자 원금 (누적) | 평가 금액 | 수익률 | 비고 (당시의 생각) |
|---|---|---|---|---|---|
| 2020년 초 | 대형 우량주 | 500만원 | 600만원 | +20% | “역시 주식은 우량주! 나도 할 수 있다!” |
| 2021년 중반 | 바이오 테마주 | 1,500만원 | 1,000만원 | -33.3% | “소문만 믿고 투자한 결과… 뼈아프다” |
| 2022년 | 플랫폼 성장주 | 2,000만원 | 1,200만원 | -40% | “‘존버’는 답이 아니었다. 원금 회복은 언제쯤…” |
| 현재 | 미국 지수 추종 ETF | 꾸준히 적립 중 | 안정적 우상향 | 연 +8% (목표) | “단기 수익보다 장기적, 안정적 성장을 추구” |
화면 속 빨간색과 파란색 숫자는 단순한 데이터가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제 월급이었고, 시간이었고, 감정의 롤러코스터였습니다. 수익이 났을 때는 세상을 다 가진 듯 기뻤지만, 손실이 났을 때는 잠 못 이루는 밤이 계속되었습니다. 이러한 감정의 소모는 제 일상, 심지어 아이들을 가르치는 신성한 교직 생활에까지 영향을 미쳤습니다.
그래서, 선생님은 돈을 버셨나요? 솔직한 대답
이제 학생의 질문에 답을 할 시간입니다. “선생님, 주식으로 돈 좀 버셨어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저는 주식으로 ‘큰돈’을 벌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수백만 원에 달하는 비싼 ‘수업료’를 지불했다고 말하는 편이 맞을 겁니다. 하지만 돈을 잃은 대신, 돈보다 더 귀한 것들을 얻었습니다.
첫째, 경제의 흐름을 읽는 눈을 갖게 되었습니다. 이전에는 무심코 지나쳤던 환율, 금리, 국제 정세 뉴스가 왜 중요한지, 그것이 우리 삶과 주식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몸소 깨닫게 되었습니다.
둘째, 올바른 투자의 중요성을 알게 되었습니다. 투자는 단기간에 부자가 되려는 도박이 아니라, 기업의 가치를 보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함께 성장해나가는 것임을 비싼 수업료를 내고서야 배웠습니다.
셋째,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다는 평범한 진리를 다시 한번 확인했습니다. 노력 없이 쉽게 얻으려는 욕심이 얼마나 위험한지, 성실하게 자신의 일을 통해 돈을 버는 것이 얼마나 가치 있는 일인지를 깨달았습니다.
학생에게, 그리고 과거의 나에게 해주고 싶은 말

만약 그 학생이 다시 제게 같은 질문을 한다면, 저는 이제 웃으며 이렇게 대답할 것 같습니다.
“선생님은 돈을 많이 벌지는 못했지만, 돈보다 더 중요한 경제 공부를 아주 비싸게 했단다. 그래서 이제는 너희들에게 더 현실적인 경제 이야기를 해줄 수 있게 되었어.” 라고 말입니다.
투자는 결코 나쁜 것이 아닙니다. 자본주의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꼭 필요한 생존 기술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어떻게’ 투자하느냐입니다. 이제 저는 학생들에게, 그리고 과거의 저에게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습니다. ‘투자는 요행을 바라는 도박이 아니라, 미래를 위해 세상을 공부하고 인내하는 신중한 준비 과정이란다.’ 라고 말이죠.
그 학생의 순수한 질문 하나가 저를 돌아보게 만들었습니다. 덕분에 저는 투자자로서, 그리고 아이들에게 살아있는 경제 교육을 할 수 있는 교사로서 한 뼘 더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저의 부끄러운 고백이 투자를 고민하는 또 다른 ‘선생님’들에게 작은 길잡이가 되기를 바랍니다.